석간 내일신문

[김연아 맥주광고 논란] ‘피겨 여왕' 김연아 맥주 광고가 불편한 이유

내일신문 전팀장 2012. 5. 17. 00:54

[김연아 맥주광고 논란] ‘피겨 여왕' 김연아 맥주 광고가 불편한 이유

[김연아 맥주광고 논란] 유통 전문 고병수 기자의 주간 포커스

얼마 전 '피겨 여왕' 김연아씨의 맥주 광고가 논란에 휩싸인 적이 있습니다. 한국중동정신의학회라는 곳에서 "김연아씨가 맥주 광고에 등장하면 청소년 음주문화를 조장할수 있다"고 주장한 게 발단이었습니다. 사회적으로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스포츠 스타가 맥주 광고에 출연하면 감수성이 예민한 청소년이 생각 없이 따라 마신다는 게 학회 측 논리였습니다.

 

 

[김연아 맥주광고 논란]청소년 음주 문화 조장 논란 커지자 맥주 회사 속앓이

국민 여동생으로 불리던 김연아씨가 한잔하라는 듯 얄궂은 표정으로 캔맥주를 들고 있는 광고를 보자니 틀린 말도 아닌 것 같습니다. 청순한 소녀의 모습으로 우유 광고 모델로 활동하던 김연아씨가 느닷없이 맥주 광고에 나오자 충격을 받은 이들도 적지 않은 듯합니다. 문제의 광고를 보기 불편하다는 사람들도 있으니까요.

 

반대로 김연아씨가 출연한 맥주 광고 때문에 당장 술을 마셔야겠다고 생각할 청소년은 많지 않다는 의견도 만만찮습니다. 청소년도 이 정도 사리분별은 할 줄 안다는 전제가 깔려있죠. 지나친 노파심이 쓸데없는 논란을 키웠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김연아 맥주광고 논란]

어쨌든 김연아씨의 맥주 광고 논란이 유명인의 무분별한 광고 출연 행태에 경종을 울렸다는 측면에서 소모적인 논쟁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굳이 스포츠 스타의 술 광고를 엄격히 규제하는 선진국 사례를 들지 않더라도 말이죠.

 

그런데 이런 논란 자체를 아주 부담스러워 하는 곳이 있습니다. 김연아씨를 광고 모델로 뽑은 맥주회사입니다. 김연아씨 맥주 광고를 놓고 누리꾼 사이에 격론이 벌어지자 맥주 회사는 초긴장 상태였다고 합니다. 논란이 확산되면서 자칫 회사 이미지는 물론 매출에도 나쁜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속으로 '끙끙' 앓았다네요. 김연아씨에게 모델료로 수억 원을 지불했으니 그럴 만도 합니다.

 

[김연아 맥주광고 논란]비싼 모델료로 제품 값 상승? 씁쓸한 주부들

신제품 광고 모델로 연예인 등 유명인을 많이 발탁해온 유통업계와 광고계에 말을 종합하면 김연아씨 같은 A급(특A급도 있는 모양입니다) 모델 계약금은 3억~5억 원입니다. 이승기·고소영·전지현·이영애씨 등이 같은 반열이라네요. 배우 전지현씨가 6개월 계약 조건에 음료 광고 모델료로 5억 원을 받았다는 얘기는 유통가에서 공공연한 비밀입니다.

 

김연아씨는 지난 2009년 가전부터 식음료까지 모두 15개 상품의 광고모델을 했습니다. 한시즌 최다 모델 기록이었죠. 지금은 드라마 <해를 품은 달>에서 주인공을 맡은 김수현씨가 17개 상품의 광고 모델로 발탁돼 기록이 깨졌지만, 당시만 해도 김연아씨 인기는 '걸어 다니는 중소기업'으로 불릴 만큼 대단했습니다. 기업들이 억대의 돈을 쏟아 부으면서 김연아씨 같은 유명인을 광고 모델로 기용하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모델 이미지가 기업 이미지와 동일시되면서 매출에 직결된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김연아 맥주광고 논란]

하지만 소비자 입장에서 보면 사정은 달라집니다. 비싼 모델료가 제품 값에 반영됐을 거라 생각하면 괜스레 언짢아집니다. 총선 이후 정부 감시가 허술해진 틈을 타 슬그머니 제품 값을 올린 식품 업계의 최근 행태를 고려하면 괘씸하다는 생각마저 듭니다. 정부 눈치를 보다 1년 가까이 값을 못 올린 속사정을 모르지 않지만, 원재료 값 상승을 탓하기 앞서 광고 모델료 같은 영업 외 비용을 절감하려는 노력을 했느냐고 묻고 싶어지기 때문입니다.

 

따지고 보면 수억 원대에 이르는 김연아씨 광고 모델료는 소비자 지갑에서 나오는 셈입니다. 물가는 치솟지만 남편 월급은 그대로인 대한민국 주부들로선 씁쓸해지는 대목이 아닐 수 없습니다. 김연아씨 맥주 광고를 보는 게 편치 않은 또 다른 이유입니다.

김연아 맥주광고 동영상 = www.hitejinr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