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신문 교육

정시모집확대 수시지원 학생부종합전형축소 역사적 퇴보 우동기 이영우 교육감

내일신문 전팀장 2018. 4. 5. 17:04

정시모집확대 수시지원 학생부종합전형축소 역사적 퇴보 우동기 대구교육감

 

 

2018년 4월 2일, 다수의 조간신문에 교육부가 수도권 주요 대학에 ‘정시확대’ 검토를 주문했다는 내용이 보도되었다. 이 보도를 학교, 학생, 학부모가 수능 시험의 강화 또는 학생부종합전형의 축소로 받아들일까 염려스럽다. 또 교육부가 정말 그런 방향으로 정책을 전환하게 될까 걱정스럽다.

 

 

보도된 내용처럼 실제로 정시모집확대 학생부종합전형 축소 제도로 수능 중심의 입시가 강화되는 것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대비한 미래교육으로 발전하고 있는 교육을 거꾸로 돌리는 역사적 퇴보이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정시 확대는 2015 개정 교육과정의 정신과 맞지 않다. 2015 개정 교육과정에서 추구하는 인간상은 바른 인성을 갖춘 창의융합형 인재이다. 이런 인재는 수능시험에 맞추어진 주입식 학습과 교사 중심의 반복적 문제풀이식 일방적 수업으로는 길러지지 않는다. 또한 수능에 유리한 과목 중심으로 교육과정이 운영된다면 진로와 적성을 고려한 다양한 선택 과목 개설이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이다.

 

 

둘째, 4차 산업혁명 시대에 필요한 ‘역량’을 기를 수 없다. 정시모집확대 학생부종합전형 축소 제도로 암기 중심의 5지 선다형 수능식 평가는 학생의 능력을 오로지 숫자로만 평가하여 비판적 사고력, 협업능력, 의사소통능력, 창의력 등 미래사회가 요구하는 핵심역량을 기를 수 없다. 또한 수능의 9등급제 상대평가는 오히려 지나친 경쟁을 유발하여 학생들에게 극심한 심적 스트레스를 주고 있다.

 

 

셋째, 현장에 안착되고 있는 협력수업이 무력화된다. 정시 모집 비율이 높아지면 학교 수업은 교사 중심의 강의식 수업과 문제 풀이식 수업으로 다시 돌아갈 가능성이 높다. 학생들은 수업 중에 질문과 토론을 통해서 창의적인 문제해결력을 기르기 보다는 단순히 암기한 지식을 바탕으로 선택지 중 정답을 고르는 기술에만 매달리게 될 것이 분명하다.

 

 

넷째, 사교육비가 다시 가파르게 증가할 것이다. 수능시험이 20여년 지속되면서 선다형 문항 시험 유형이 고착화되고, EBS 교재 연계율 70% 정책이 지속되고 있기 때문에 수능교과에 대한 사교육비가 지속적으로 증가해왔다.

 

 

한편, 정시모집확대 학생부종합전형 축소 제도를 주장하는 사람들은 학생부종합전형을 ‘깜깜이 전형’, ‘금수저전형’, ‘복불복 전형’ 등 다양한 이름을 붙여 비판한다. 물론 학생부종합전형이 지속적으로 확대되면서 정성적, 종합적 평가 방법에 따른 공정성과 신뢰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있다는 것도 잘 안다.

 

또 일부에서는 학교생활기록부의 기재 내용과 운영에도 공정성과 신뢰도 문제를 제기하고 있음을 알고 있다. 그런 문제가 있다고 치자 그러면 문제점을 개선해야지 그것을 이유로 5지선다형의 인재를 계속해서 키워야 하는가? 학생부종합전형이 수능중심의 입시보다 더 바람직한 이유는 매우 많다.

 

 

첫째, 지금 학교에서는 학생부종합전형 확대 등으로로 배움 중심의 협력학습 활성화, 과정중심의 평가 안착, 교육과정-수업-평가-학교생활기록부 기재의 일체화 등은 물론, 다양한 영역에 소질을 가진 학생들이 교실에서 활기를 찾고, 진짜 학생들의 꿈과 끼를 살리는 다양한 학교 활동이 늘어나는 등 교육의 본질에 충실한 긍정적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둘째, 금년 1월에 나온 K대 연구에 따르면 대학입학 후 중도 포기자 비율이 수능으로 입학한 학생은 4.8%, 학생부종합전형으로 입학한 학생은 1.83%라고 한다. 학생부종합전형 입학생의 대학 학업성취도(GPA)도 전체 입학생들의 평균인 3.12보다 높은 3.30으로 나타났다. 이것은 학생부종합전형이야말로 대학이 원하는 인재를 선발하는 방법임을 알려주고 있다.

 

셋째, 많은 교육전문가들은 지적 능력을 단순하게 측정하는 수능보다는 역량을 진단하는 학생부종합전형이 새로운 시대에 맞는 입시전형이라고 입을 모아 말하고 있다. 새로운 시대는 능력을 많이 가진 사람보다는 그 능력을 자신과 사회공동체에 도움이 되는 모습으로 구현할 줄 아는 ‘역량’을 갖춘 사람을 요청하고 있다. 그 역량의 중요한 요소인 학생 개개인의 소질과 적성은 점수로 표시할 수 없는, 이전의 관점에서 보면 ‘깜깜’한 영역일 수 있지만 학생부종합전형에서는 지속적인 관찰과 기록을 통해 학생이 지닌 역량을 종합적으로 나타내주고 있다.

 

넷째, 현장 교사들은 학생부종합전형의 확대로 수능출제 과목이 아니더라도 학생들이 수업에 적극 참여하고 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교사들은 교내활동이 바로 입시스펙으로 연결되어 공교육 정상화는 물론, 사교육비 절감에도 긍정적 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말한다. 또 학교 현장에서는 대학들이 학생부종합전형에서 핀센트로 집어내듯이 우수한 역량을 가진 학생들을 선발하고 있다며 학생부종합전형에 신뢰성을 보내고 있다. 학생부종합전형은 ‘금수저 전형’이 아니라 개천에서 용이 나는 ‘흙수저 전형’이다.

 

 

거듭 강조하거니와 정시모집 확대는 교육의 퇴행이다. 미래사회를 살아갈 학생들을 생각한다면 반드시 수능 중심의 입시교육에서 벗어나 학생부종합전형이 확대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더불어 대입제도 예고제, 대입전형방법의 실제적 단순화로 대입전형이 안정적으로 시행됨은 물론 학생부종합전형 기준이 자세하게 공개되어 어느 누구도 공정성과 신뢰성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 대입전형  방안 도출에 우리 모두가 힘을 모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