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과 사실로 풀어낸 노무현의 유산
<성공의 가치 좌절의 가치>
미국 대통령기념관에서 만난 노무현과 노무현 시대
김선혜/연구출판팀
노무현을 이야기하는 책 한 권이 세상에 나왔습니다. 김상철 노무현사료연구센터 본부장이 펴낸 <성공의 가치 좌절의 가치>입니다. ‘미국 대통령기념관에서 노무현을 찾다’라는 부제가 붙었습니다. ‘사람 사는 세상’ 홈페이지의 주의 깊은 독자라면 작년 6월 첫 연재를 시작했던 미국 대통령기념관 답사기를 떠올리실 겁니다.
‘직시하기 위해’, 9편의 글을 풀어헤치다
저자는 노무현 대통령기념관 건립을 위해 꾸려진 답사단의 일원으로 2015년 6월 5일부터 14일까지 미국을 방문했습니다. 8박10일간 대륙을 횡단하며 루스벨트, 존 F. 케네디, 조지 W. 부시, 링컨, 레이건, 닉슨 등 대통령기념관 여섯 곳과 관련 기념시설, 박물관을 둘러본 숨 가쁜 일정이었습니다.
그래서 이 책을 기존 답사기를 묶어 낸 일종의 기행문으로 ‘오해’하는 분들 꽤 많을 겁니다. 9편의 글을 전부 풀어헤치고 다시 썼다는 저자의 머리말입니다.
“당연한 말이지만 바다 건너까지 가서 미국의 대통령기념관을 둘러본 것은 그 나라의 대통령을 만나기 위함이 아니었다. 답사는 건물에서, 공간과 구성에서, 전시기법과 전시물에서, 이미지와 키워드에서 노무현과 노무현 시대를 투영하고 대입하는 여정이었다. 어차피 종국은 노무현 대통령기념관, 결국 노무현이었다.”
‘있는 그대로’ 우리가 멈춘 지점을 회상하다
2019년 경남 김해 봉하마을에 건립될 노무현 대통령기념관의 답을 찾기 위해 떠났던 여정에서 가지고 돌아온 건 더 깊어진 고민과 질문이었습니다. 2011년부터 노 대통령 사료 업무를 담당한 저자는 그 답을 다시 기록과 사실에서 찾기로 합니다. 그 집요한 노력의 산물이 바로 <성공의 가치 좌절의 가치>입니다.
시공을 넘나들며 회상을 반복하는 영화처럼, 이 책이 미국 대통령기념관 답사를 매개로 불러오는 건 노무현, 혹은 노무현시대입니다. 감상에 젖어 아름답게 덧칠한 회상은 아닙니다. 대통령이자 시민, 무엇보다 한 명의 사람었던 노무현의 꿈과 좌절을 ‘있는 그대로’ 꼼꼼하게 돌아봅니다. 예를 들면 이런 식입니다.
- ‘우리가 두려워해야 할 것은 오로지 두려움 그 자체’라는 말로 유명한 루스벨트 대통령의 1933년 취임연설문에서 노 대통령이 쓴 ‘두려운 것은 패배가 아니라 패배주의이다’라는 제목의 1989년 기고 칼럼을 떠올린다거나,
- ‘뉴 프런티어’를 외쳤던 케네디 대통령처럼 ‘새 시대의 맏형’이 되길 꿈꿨던 노 대통령이 취임 9개월 만에 ‘구시대의 막내’를 자임해야 했던 시대적 배경과 그럼에도 끝내 지켜냈던 다짐을 돌아본다거나,
- 냉전 종막을 예고한 1987년 레이건 대통령의 연설 장소였던 독일 브란덴부르크 문의 역사적 상징성을 개성공단과 대입해 노 대통령이 개성공단에서 연설한 전무후무한 대통령이 될 것인가에 대해 씁쓸한 질문을 던진다거나
익히 알고 있는 내용도 있고, 그땐 그랬었지하며 새삼스러운 사실도 있고, 미처 몰랐던 진실도 있을 겁니다. ‘어쨌든 과거의 이야기 아닌가’하는 질문도 나올 수 있습니다. 다시 머리말입니다.
“그렇지 않다고 답하겠다. 노무현과 노무현 시대를 직시하자는 취지가 그렇다. 거기에는 그의 성공과 좌절도, 성과와 오류도, 도전과 미완도 있다. 그 저변을 관통하는 바는 민주주의와 시민으로 귀결된 보편적 가치, 우리 아이들이 행복한 세상에 대한 모색과 지향이다. 거기에 우리가 멈춘 지점이, 잇거나 다시 시작해야 할 좌표가 있다.”
책 속으로-성공의 가치 좌절의 가치
“무엇을 공과라 하건 후대에게 있는 그대로 전해지고 어떤 가치로 인정받을 때 성공은 계승의 대상이 되고 좌절은 거기서 다시 시작해야 할 우리의 과제가 될 것이다.…숨기고 보탤 것 없이 객관적 사실에 근거하여. 지금 와서 보면 노무현 대통령기념관에 담고 구현하는 방식에 관한 하나의 ‘지시사항’처럼 읽히기도 한다. 그 주문의 무게만큼 마음도 무거워진다.” (p.174-175)
“정치인 노무현, 대통령 노무현은 우리가 잊고 있었거나 알면서도 해 오지 않은 것, 옳다고 생각하지만 동의하지 않았던 것들을 실천했다. 노무현이어서 했지만 노무현만이 해야 할 일은 아니었다. 다른 한편 노무현만이 할 수 있는 일은 아니었지만 노무현이어서 실행에 옮긴 바가 분명히 있었다. 거기엔 87년 6월 항쟁을 가로지르며 각성한 한 시민이, “원칙에는 매우 까다롭게 매달리지만 통합을 위해서라면 어떤 다른 가치도 희생할 수 있는 정치를 해왔”던 정치인이, 임기 말까지 “참 간절하게 해 보고 싶은 것이 민주주의를 실현하는 것”이라던 대통령이 있었다.” (p.229)
“노무현은 시민들에게 “민주주의 최후의 보루는 깨어 있는 시민의 조직된 힘”이라는 선물 같은, 어쩌면 선물로 포장한 큰 숙제를 남겼다. 시민이 깨어 있으면 그게 곧 시민의 청춘 아니겠는가. 수많은 박석은 거대한 인장처럼 증명한다. 시민의 청춘, 거기 노무현이 있다.” (p.266)
저자 김상철
한국기자협회, 경향신문에서 10년 남짓 기자로 살았다. 2005년 4월부터 임기 마지막 날까지 참여정부 청와대 홍보수석실에서 행정관으로 근무했다. 2011년 2월 노무현재단 사료편찬특별위원회에서 노 대통령의 기록을 수집·정리·공개하는 일을 시작했다. 2014년 노무현사료연구센터로 재편한 이후 지금까지 본부장을 맡아 일하고 있다. ‘노무현 시대’는 ‘오래된 미래’가 될 것이라고 믿고 있다. 참여정부 시절 언론의 보도행태를 정리한 《야만의 언론, 노무현의 선택》을 공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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