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신문 교육

금오공대 버스사고 술8천병 침뱉은술 등 과오공대?

내일신문 전팀장 2017. 3. 12. 22:12

금오공대 버스사고 술8천여병 구입 등 ‘총체적 난국’



지난달 22일 충북 단양군 중앙고속도로 상행선에서 금오공대 학생을 태운 관광버스가 가드레일을 들이받고 5미터 언덕 아래로 추락하는 대형사고가 일어났다. 이 사고로 운전자 이모씨가 숨지고 44명의 학생들이 부상을 입었다. 천만다행으로 학생들이 안전벨트를 착용해 더 큰 인명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그러나 구미 금오공대 버스사고가 일어난 지 보름이 넘도록 명확한 사고 원인은 밝혀지지 않고 있다. 또 지난 2일 교육부 현장감사 결과 오리엔테이션 운영에 있어 대학측의 관리감독 부실이 의심되고, 총학생회는 무려 8천여병의 주류를 구입한 사실이 드러나 논란을 빚고 있다.



총학생회 주류 대량구입, 대학 관리감독 소홀 등 ‘총체적 난국’


금오공대 버스사고가 발생 후 교육부는 지난 2일 국립금오공과대학교(총장 김영식)에 감사관을 파견해 현장조사에 나섰다. 조사 결과 드러난 지역 국립대의 안전불감증은 심각한 수준이었다. 총학생회측이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을 위해 소주 7800병 맥주 960병을 구입한 것으로 드러난 것. 행사에 참여한 신입생과 재학생이 총 1700명이므로 학생 1인당 소주 4~5병씩을 마실 것으로 계산한 것이다.



경북 구미 금오공대는 지난해에도 신입생 OT에서 음주사고가 발생, 비난을 받은 바 있다. 금오공대는 지난해 2월 24일~26일까지 울진군에서 열린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에서 한 총학생회 간부가 침을 뱉은 술을 후배에게 마시도록 강요하고 폭행하는 사건이 일어난 것. 대학 측의 행사 관리 감독 여부도 도마에 올랐다.



교육부는 대형 인명피해가 발생한 지난 2014년 경주 마우나리조트 체육관 붕괴사고 후 대학생 집단연수 매뉴얼을 만들고 입학 전 신입생 행사를 학생회가 아닌 대학이 주관해 실시하도록 했다. 특히 대규모 행사는 학교 내에서 개최하고 교외행사를 치르는 경우 학교가 숙박시설과 교통수단 안전, 보험가입 여부를 확인하는 것은 물론 참여 학생에 대한 안전교육도 실시토록 했다.



그러나 경북 구미 금오공대측은 이번 신입생 OT를 학생회 주관으로 실시했다. 이에 대해 대학 측은 “교육부의 매뉴얼은 ‘집단연수를 가급적이면 교내로 하라’는 권고 수준이다. 또 매뉴얼에는 대학이 OT 예산을 지원할 경우에만 대학이 주관하도록 권고하고 있는데, 이번 OT 행사에 우리 대학은 예산을 지원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 밖에 금오공대 총학생회는 오리엔테이션을 진행할 이벤트 회사를 수의계약으로 선정하고, 사고로 행사를 취소했음에도 숙박비 1억3천여만원을 송금하여 신입생 1인당 13만8천원, 재학생 6만9천원의 참가비를 한푼도 돌려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지는 등 문제점이 확인되고 있는 상황이다.



사고 나서야 외부행사 금지? 사후약방문 대책 문제


교육부 현장조사가 실시되고 경북 구미 금오공과대학교는 홈페이지를 통해 이번 사고에 대한 김영식 총장의 사과문이 발표됐다. 김영식 총장은 “먼저 학교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을 위해 이동 중 발생한 금오공대 버스사고에 대해 신입생 및 학부모님과 학생 여러분께 깊이 사과한다”며 “희망찬 미래의 꿈을 안고 대학에 첫발을 내디딘 신입생과 재학생들이 받았을 상처에 책임을 통감하며, 향후 조속한 쾌유와 학업복귀를 위한 지원업무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금오공대는 이어 6일 ‘신입생 OT 개선 방안’을 논의 하는 회의를 열고 앞으로 신입생 오리엔테이션(OT)을 비롯한 학생 자치 행사를 외부에서 열지 않겠다는 방침을 발표했다. 기존 2박 3일의 OT 일정을 1일로 줄이고 외부 행사를 하지 않는 대신 교내 체험형 프로그램을 도입키로 했다.



그러나 경북 구미 금오공대 버스사고 결과와 처리과정을 지켜보는 시민들의 반응은 여전히 비판적이다. 직장인 김모(48)씨는 “지난해 음주사고를 겪었음에도 올해 행사에서도 주류를 대량 구입했다는 사실이 걱정스럽다. 국립대학교임에도 불구하고 교육부 지침을 권고로만 받아들인 대학 측의 안일한 태도도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고등학생 아들을 둔 주부 이모(50)씨는 “금오공대 버스 사고 소식을 접한 뒤 학생 인명피해가 없어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했는데 저 정도 술을 마실 예정이었고, 학교측의 관리감독이 이만큼 형식적인 상황이었다면 다른 사고가 일어나리란 보장도 없는 것 아니었냐”며 “아이가 대학에 진학하면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은 보내지 않을 생각이다. 사고가 일어나서야 대책을 세우는 사후약방문식 대처가 참으로 아쉽다”고 말했다.


김성자 리포터 saint05310@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