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신문 대구

박인규 대구은행장 성추문이어 비자금 조성 사퇴 일축

내일신문 전팀장 2017. 8. 22. 16:06

 

 

비자금 사태 해결 후 거취결정”대구은행 임직원, “비자금조성은 개인비리”분위기
노동조합 “지도력·공신력 추락, 조직 파행 불가피”

 


비자금을 조성해 개인적으로 착복했다는 의혹으로 경찰의 내사를 받고 있는 대구은행 박인규 은행장이 사퇴설을 일축하고 사실상 정면돌파를 선언했다.

 

박인규(63) 대구은행장 겸 DGB금융지주 회장이 최근 비자금 조성의혹에 대한 경찰의 내사와 관련 조만간 사퇴할 것으로 알려졌으나 21일 이를 무시하고 당분간 은행장직을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박 행장은 이날 오후 대구은행 제2 본점 강당에서 을지훈련에 참가중인 직원들에게 “맡은 업무에 충실히 하길 바란다”며 “최근 일련의 사태를 수습하고 해결한 뒤 거취를 결정하겠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특히 경찰의 비자금 조성의혹 내사에 대해서도 “잘 대응하겠다”고도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구은행 안팎에서는 이를 두고 박 행장이 사퇴 대신 ‘정면돌파’를 선언한 것으로 해석했다. 당분간 은행장직을 유지하면서 경찰의 내사와 공식 수사에 대응한다는 의도로 받아들이고 있다. 일각에서는 지도력을 상실한 은행장이 조직살리기보다는 조직을 이용해 개인안위만 챙긴다는 비판적인 반응도 나오고 있다.

 

 

대구은행 박인규 행장의 비자금 조성 개인비리 의혹은 올해초부터 금융권 안팎에서 나돌았다. 당시 ‘소문수준’의 의혹은 지역 일부신문에 보도되기도 했으나 수면아래로 가라앉았다. 그러나 최근 경찰이 대구은행 총무부와 검사부 차장급 직원 2명을 소환 조사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비자금 조성의혹이 다시 불그졌다. 

 

박 행장은 이 과정에서 금융위원회 등의 고위 관계자를 만나 ‘구명성’ 해명을 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사퇴설이 급속히 확산된데다 언론에 비자금 조성의혹 내사가 보도돼 사실상 사퇴를 피할 수 없을 것으로 알려졌다.

 

박인규 대구은행장은 내부의 사퇴압박에 대해 은행장직 고수라는 강수를 선택했다. 이같은 결정의 배경은 알려지지 않고 있다. 다만 박 행장은 지난 주말 사퇴를 건의한 노조 관계자와 접촉을 시도하며 내부단속에 나서면서 ‘버티기’로 입장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퇴설을 일축한 박 행장의 입장과 별개로 그의 비자금 조성 착복 의혹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은행내부는 비자금 조성의혹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있고 이는 박 행장 개인 비리로 은행조직과 선을 긋고 있기 때문이다.

 

 

대구은행 임직원들은 “박인규 행장은 법인카드로 백화점 상품권을 구입 한 후 일정액의 수수료를 떼고 현금화하는 일명 ‘상품권 깡’을 통해 적게는 월 6~7000만원, 많게는 월 1억원씩 현금을 만들어 은행장 재임 3년6 개월여동안 수억원에서 수십억원을 개인적으로 착복했다”는 게 비자금 의혹의 핵심이라고 말하고 있다. 

 

대구은행 노동조합 관계자는 “어떤 선택이 맞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CEO'가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좀 더 나은 상황을 만들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수차례 사임을 건의를 했는데 박 행장이 정상적으로 은행장직을 수행하겠다고 하니 지켜볼 수 밖에 없다”면서 “다만 지도력을 상실한 ‘CEO’가 조직을 정상적으로 이끌어 갈 수 있을 지는 걱정”이라고 말했다.

 

박인규 행장은 2014년 3월 대구은행장 겸 DGB금융지주 회장에 취임한 뒤 지난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재선임됐다. 박 행장은 부행장에서  퇴임해대구은행 방계회사인 대경티엠에스사장으로 근무하다 1년 4개월여만에 행장으로 화려하게 복귀했다.
최세호 기자 seho@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