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신문 생활

제주헌책페어 탐나라공화국 헌책도서관

내일신문 전팀장 2018. 4. 18. 11:18

제주 독서여행 뜨나? 전국 폐기도서가 제주로 모인다.

헌책 가져가야 입장할 수 있는 [제주헌책페어], 내달 25일부터

한림읍 탐나라공화국에서 한 달만 [헌책도서관] 반짝 공개

-<책의 해> 맞아 전국 지자체, 도서관, 대학, 개인 참여 많아-

-제주에 나미나라와 같은 국가체제 상상관광지, 남이섬 넘어설까?-

 

올해는 25년 만에 다시 찾아온 책의 해다. 독서운동이 무색할 만큼 도서관과 학교, 개인의 소장도서들이 폐기처분되고 있다.디지털 공간에서 밀려나고 있는 수천만 권의 지식문화 자산이 폐지나 불쏘시개로 사라진다. 매일 탄생하는 새로운 창작 출판의 그늘에서 소외된 채 사라져가는 폐기도서에도 관심을 가질 때다.

 

공공 공간의 장서가 줄어들고 지식과 지혜가 담긴 생활교양의 상징이 도태되고 있다.

아깝지만 버릴 수밖에 없는 현실은 독서문화를 위축시키고 생활환경을 메마르게 한다.

소중한 지식자산의 효율적 활용방안을 모색하고 다양한 형태의 독서공간을 만들어 아까운 폐기도서를 되살리기 위해

[제주헌책페어]를 개최한다. 한 달 동안 열리는 헌책페어가 독서문화의 생활화와 제주관광의 품격을 높이길 기대한다.

 
•폐기도서로 헌책도서관 조성, 관광지의 새로운 여행콘텐츠 실험

“오늘도 책입니다. 에고 무거워라~.” 택배기사의 재롱 섞인 투정이다.

내달 25일부터 6월말까지 37일간 한림읍 탐나라공화국에서 열리는 제주 헌책페어를 앞두고 헌책들이 속속 제주로 모여들고 있다.

지금까지 7만 여 권, 한국은행과 화성시만 2만 여권, 경기도 화성시, 경남 창원시, 충남 서산시, 서울 한성대와 숙명여대 등

지자체와 대학, 개인 방문객을 포함하여 헌책들이 매일 제주로 배달된다.

제주에서는 제주대를 비롯해 고산, 토산, 애월초등학교와 도서관, 자원봉사센터, 서귀포교육청, 새마을문고와 일반주민 등

참여 열기가 고조되고 있다. 특히 개인적으로 소문을 듣고 기왕 버릴 헌책을 가져온다.

아직 조성 중인 현장이지만, 탐나라공화국을 견학하려면 반드시 헌책을 가져가야 한다는 소문 때문이다.

이미 1만 2천여 권이 빼곡하게 소장된 노자서원이 만들어졌다. 숙박시설로 조성될 건물도 도서관과 미술관으로 용도변경을 추진 중이다.

수십만 권의 책이 제주의 품격을 높이는 관광자원이 될 거라는 기대가 높다.

제주관광의 새로운 콘텐츠로 여행의 품격을 높여주길 기대하는 이들도 많다.

“헌책도서관은 100년 이후에도 남아있을 제주 문화유산 중 하나가 될 것입니다.”

탐나라공화국에 헌책도서관을 조성하고 있는 강우현 대표의 말이다.

 
•어떤 책이 모이나? 버리기 아까운 모든 책을 받아준다.

헌책들은 주로 맞춤법이 다르거나 오래된 제적 및 폐기도서들이다. 도서관에서 대출 비중이 낮은 책들도 있다.

이런 책들은 오히려 시간이 지나면 더 귀하게 될 희소가치도 있다. 회사나 가정에서 짐 정리를 위해 버려지는 책들도 많다.

아깝지만 버릴 수밖에 없는 책들을 대신 보관해준다.

이렇게 모여진 책들은 헌책도서관에 영구 보관, 일반 방문객들 누구나 볼 수 있게 공개할 예정이다.

수장 규모는 대략 30만권에서 최고 50만 권 쯤, 이미 공간을 확보했다. 굳이 건물이 아니라도 좋다.

비를 피할 수 있는 여유 공간만 있으면 서가를 만들어 넣는다. 야외 쉼터나 화장실에도 책장을 설치하는 등,

장서공간을 마련하기 위한 다양한 아이디어가 속출하고 있다.

“책이 수백, 수천만 권이 모이면 어떻게 할 건가요?” 많은 이들이 궁금해한다.

“책으로 산을 만들어야겠죠. 산더미처럼 쌓인다면 그건 아마도 세계에 하나뿐인 제주만의 책오름 관광 콘텐츠가 될 겁니다.”

이렇게 많이 모이는 책을 어떻게 분류할지도 관심이다. “우선은 모아 보관하는데 집중하고 분류는 나중에 해도 됩니다.

어떤 책이 모일지도 모르니 내년 이후에나 분류작업이 가능할 겁니다.” 주최 측은 오히려 느긋하다.

 

- 헌책 5권이면 1년 여권, 100권이면 3년, 빈손이면 여권 수수료 받는다

[헌책페어]는 공짜로 들어갈 수 없다. 흔히 생각하는 북 페스티벌과 같은 일회성 이벤트가 아니다. 정부 지원을 받는 행사도 아니다.

누구나 책과 여권을 교환해서 비자를 받아야 입장할 수 있다.

헌책 5권이면 1년, 100권 이상이면 3년 여권을 발부해 준다. 빈손으로 찾은 방문객은 3만원의 수수료를 내야한다.

헌책페어는 한 달간 열리지만 여권 소지자는 유효기간 중에 언제든지 재방문이 가능하다. 재방문 때도 뭔가를 가져가는 것이 좋다.

책이나 꽃씨, 묘목은 대환영, 아깝지만 보관할 수 없는 물건까지 받는다. 이유는 간단하다.

<여행자가 가꾸는 여행지>를 만들겠다는 소신 때문이다.

 

“제주 도민은 할인이나 특혜가 있나요?”

독서를 하자는데 특혜가 필요한가? 또, 헌책을 운반하려면 제주도민이 훨씬 가깝고 편리하다.

또, 헌책은 어느 집에나 있고 다른 사람이 버리는 걸 가져와도 된다.

그것이 도서관으로 재탄생하고 제주의 문화유산으로 남긴다는 것이 중요하다.

강우현 대표는 “여행자가 가꾸는 여행지는 모든 방문객이 주인입니다.

함께 가꾸면 결국 제주의 유산이 되지 않겠어요?”라고 말한다.

 
•이벤트 보다는 내실, 한 달 동안 지속될 수 있는 문화콘텐츠를 실험한다.

5월 25일부터 한 달간 열리는 탐나라공화국 반짝 공개 기간 중에는 상설전시와 주말행사가 있다.

중국의 유명한 석화예술 창시자인 양중유선생의 석화예술 작품전과 위칭청 진흙예술전, 그리고 나미콩쿠르 입상작품전,

제주의 화산과 인어의 전설을 담은 마그마보이 동화원화전이 열린다.

 

행사가 시작되는 첫 주는 <한중교류주간>, 중국 소주의 곤극악단 내한 공연과 제주에 살고 있는 중국 유학생과 거류민 상상캠프,

헌책도서관 개관행사가 열린다.

하이라이트는 6월 23일, 지난 해 충남 서산 숫소와 제주 암소의 인공수정을 통해 탄생한 송아지 100일 기념 축하행사다.

방문객과 한림읍내 주민들을 초청, 서산 한우와 제주 흑돼지 파티가 열린다.

모든 참가자들이 서산 한우와 제주 흑돼지의 진미를 맛볼 수 있는 행사다.

서산과 제주의 문화놀이로 한마당이 펼쳐지는 이 행사는 서산축협과 제주축협이 공동 주관할 예정이다.

 

평일에는 주로 전시 관람과 도자체험, 독서, 강좌 등 요란한 축제가 아닌 마음의 안정을 취할 수 있는 정신관광에 주목하게 될 것이다.

강좌는 이화여대 정재서 교수, 제주대 양진건 교수, 정신문화원 송순현 원장이 맡는다.

강우현 대표와 함께하는 드로잉 상상캠프도 수시로 열린다.

공연을 할 수 있는 모든 아티스트에게는 무대를 무료로 개방한다.

- 문의 및 연락처 :
제주헌책페어위원장 강우현
제주헌책페어 사무국(064-772-2878/jejubooks@naminar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