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신문 교육

대구교육청, 대구교육박물관 자료 일제말기 황국신민화 교육자료 발견

내일신문 전팀장 2016. 8. 11. 15:27

대구교육청, 일제말기 민족정신 말살 위한 황국신민화 교육자료 발견
- 광복 71주년, 광복의 의미 되새기고자 일제 민족말살정책과 관련된 교육자료 공개 -

 

 

대구시교육청에서는 대구교육박물관의 건립을 위해 자료를 수집하는 과정에서 일제가 얼마나 치밀하고 계획적으로 우리민족을 말살하고 황국신민화하려 하였는지 생생하게 체감할 수 있는 자료 5점을 발견, 광복 71주년을 앞두고 공개하였다.

 

대구시교육청이 공개한 [황국신민의 서사(맹세)]는 조선총독부 학무국이 교학진작과 국민정신 함양을 도모한다는 명목으로 1937년에 만들어 조선인에게 외우게 한 맹세이다. 작은 수첩크기로 인쇄하여 학생들이 늘 지참하고 다니도록 한 것이었다. ‘우리는 대일본제국의 국민입니다’로 시작하며, ‘우리들은 마음을 합하여 천황폐하에게 충의를 다하겠습니다. 우리들은 괴로움을 참고 단련해서 훌륭하고 강한 국민이 되겠습니다.’등의 문구가 포함되어 있다.  

 

고등여학교에서 사용된 것으로 보이는  [우리들의 맹세]는 건강에 주의 할 것, 모든 것을 아끼고 사랑할 것, 정숙하고 온순할 것 등의 아홉 가지 사항을 실천하자는 맹세문으로‘이를 실천하여 좋은 일본부인이 되어 이 훌륭한 우리 일본나라의 기초를 더욱 공고히’하는 것을 맹세토록 강요하는 내용이다. 

 

[국어(일본어)환경조사] 는 일본어를 보다 철저히 보급하기 위한 기초환경 조사에 관한 자료이다. 방과후 독서 및 서한, 가정에서 쓰는 일본어 상용 상황, 가족의 학력 및 일본어 상용 정도, 가족 중 일본어를 이해 못하는 사람의 숫자 및 지도방법 등에 대한 조사항목이 설정되어 있어 일제가 얼마나 체계적으로 일본어 상용을 획책하였는지를 알 수 있다. 

 

[국어(일본어) 상용에 관한 규정]은 학교 및 학급 규정을 통해 일본어 상용을 강제하였음을 보여주는 자료이다. 모든 교직원과 학생은 교내․외에서 일본어를 상용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며, 한국어로 말을 거는 경우 대답하지 못하게 하고, 한국어를 사용하는 경우 이름을 쪽지에 적어 투서함에 넣고 성적에 반영하는 등 조직적으로 한글을 말살하고 일본어를 상용하도록 강제하였음을 알 수 있다. 


  마지막으로 「본교의 수련」은 황국의 도를 실천하여 진충보국의 정신을 발양할 것을 강조하고 있는 자료로 지도요지, 지도방침에 의거한 본교의 수련방침 등으로 이루어져 있다. 특히 본교의 수련방침에서는 수련의 형태를 일상수련, 정시수련, 수시수련(30일 이상), 숙사수련 등 4가지로 나누고 있으며, 일상수련의 경우 등교 하교훈련부터 비상시 생활훈련까지 24개로 다시 나누는 등 황국신민화를 위한 수련과정이 매우 치밀하고 계획적으로 구성되어 있다.

 

수련사항으로는 예법훈련으로 야스쿠니신사제 신단예배를 실시할 것과 정시수련으로 군봉사에 힘쓸 것 등 황국신민화를 행하기 위한 구체적인 내용들이 담겨있으며, 아울러 시국인식을 깊이 하여 군부(軍部)와 연락하여 봉사작업에 힘쓸 것을 주창하고 있다.
  일제 강점기시대 연구자인 박환교수(수원대학교 사학과)는 이번 자료에 관하여 다음과 같이 평가하고 있다.
 “1943년 숙명여자고등여학교

에서 사용한 [국어(일본어)환경조사] 는 일제가 학생 및 가족들에게 얼마나 철처히 일본어를 강제하고 민족정신을 말살하고자 했는가를 보여주는 구체적 실증적 자료라는 측면에서 매우 중요한 자료로 평가된다. 특히 그동안 학계에서 이루어진 일본어 사용 및 보급에 대한 연구가 막연한 정책적 지침을 중심으로 하고 있는 반면, 본 자료는 숙명고등여학교라는 여학교의 구체적 사례라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동덕여자고등여학교의 [국어(일본어)상용에 대한 규정]도 학교 차원뿐만 아니라 학급차원의 일본어 상용을 규정하고 있다는 면에서 일제가 얼마나 치밀하게 일본어 교육을 강제화하였는가를 살펴볼 수 있다.  숙명여자고등여학교 [본교의 수련]은 1940년대 전쟁을 준비하기 위하여 얼마나 철저히 여학생들까지 훈련시켰는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학교내부의 구체적 자료로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위의 평가와 같이 이번에 제시한 자료는 모두 1930년에서 1943년 사이 실제로 각급 학교에서 사용되었던 것들로, 일제의 치밀하고 계획적인 민족말살과 황국신민화 추진을 생생하게 체감할 수 있는 자료이다. 이들 자료는 교육청이 진행하고 있는 ‘대구교육박물관’ 개관과 관련, 교육역사자료를 수집 하는 과정에서 발견된 것들이다.

 

지금까지 제시되었던 그 어떤 자료보다 더 구체적이고 실증적인 자료임에도 불구하고 자칫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뻔 했다는 점을 상기시켜 볼 때, 이런 자료들에 대한 수집과 체계적인 관리가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는 대목이다. 동시에 일제의 식민지배 정책 하에서 ‘교육’의 형태가 어떻게 전개되어 가는지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과거, 그리고 미래의 교육’과 관련하여 대구교육박물관이 추구해야할 방향을 제시해주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우동기 대구시교육감은 “이 자료를 통해 대한민국 광복 71주년을 맞이하여 그동안 교과서를 통해 배워왔던 식민지 교육의 실체를 체감하고, 다시 한 번 광복의 의미 및 민족교육의 가치와 중요성에 대해 깊이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