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간 내일신문

[의료비증가율] OECD국가 중 한국 최고, 증가 대비 9배나

내일신문 전팀장 2010. 10. 25. 00:35

OECD국가 중 한국만 병상 늘어

인구증가 대비 9배나 높아 … “세계 최고의 의료비 증가율 원인”

 

OECD 28개국 중 우리나라만 유일하게 병상이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원희목(한나라당) 의원은 “1995년 인구 1000명당 3.8병상이었던 우리나라 병상수는 12년이 지난 2007년 2배 가까이 증가한 7.1병상으로 늘었다”며 “2009년에는 더욱 늘어 8.34병상으로 세계 최고의 병상 국가가 됐다”고 주장했다.

문제는 OECD 국가들은 대부분 의료비용 절감을 위해 병상을 줄이고 있는 반면, 우리나라만 유일하게 병상이 증강하고 있고, 그에 따라 세계 최고의 의료비 증가율을 기록하고 있는 점이다.

 

◆ OECD 평균 병상수는 감소 = OECD 평균 병상수는 1995년 4.7병상에서 2007년 3.8병상으로 오히려 줄어 우리나라와 반대 현상을 보였다.

원 의원은 “OECD 가입국 28개 나라 중 우리나라와 터키, 그리스를 제외한 23개 나라는 병상수가 감소했다”며 “1995년 당시 병상수가 가장 많았던 일본이 감소폭이 가장 컸으며 이탈리아, 헝가리가 그 뒤를 이었다”고 지적했다.

 

특히 1995년 당시에도 우리나라(3.8) 보다 병상수가 적거나 비슷했던 노르웨이(3.3.) 포르투칼(3.3) 캐나다(3.9) 아일랜드(3.1) 미국(3.4) 스페인(3.0) 스웨덴(3.0) 멕시코(1.1) 조차도 병상수 감소 대열에 합류했다는 것이다.

 

1995년 당시 2.1병상으로 OECD 국가중 꼴찌에서 두 번째인 터키가 0.6병상을 증가한 것을 논외로 친다면 우리나라만 유일하게 병상을 증가한 나라인 셈이다. 그것도 3.3병상이라는 큰 수치의 증가폭을 기록해 병상수를 줄이려는 세계적 흐름과는 너무나 대조적으로 반대쪽 방향을 취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이와 같은 대규모 병상 증설은 인구증가와 비교해도 뚜렷이 알 수 있다.

원 의원은 “2005년 대비 2009년 인구 증가율은 2.03%(4878만명 → 4977만명)에 불과하지만, 같은 기간 인구 1000명당 병상수는 17.68%(7.23 → 8.34)의 증가를 보였다”며 “인구 증가 대비 무려 9배의 병상증가율을 보인 것”이라고 지적했다.

 

◆ 의료비 줄이려 병상수 감소정책 펴 = 세계 최고의 병상증가율은 세계 최고의 의료비 증가율을 가져왔다. 원 의원은 “1997년부터 2007년까지 10년간 연평균 1인당 의료비 실질증가율이 8.7%로 세계 최고의 의료비 증가율을 보였다”며 “같은 기간 OECD 평균증가율 4.1%보다 2배 이상의 증가율”이라고 지적했다.

 

그렇다면 OECD의 대부분의 나라는 왜 병상수가 감소하고 있는 것일까. 이에 대해 OECD는 연례보고서에서 “대부분의 국가에서 급성기 병상수의 감소는 부분적으로 의료기술의 발전 덕분”이라며 “의료기술의 발전으로 당일 수술이 가능해졌고, 입원 필요성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또한 OECD 보고서는 “의료비용절감정책이 거의 모든 OECD 국가에서 의료비 중에서 가장 많은 비용을 차지하는 병원부문을 목표로 삼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의료기술의 발전으로 입원필요성이 줄어들어 병상수 감소사유가 됐고, 나아가 정책적으로 의료비 감소를 위해 병상수 감소 정책을 펴고 있다는 것이다.

 

◆ “한국은 병상관리정책 부재” = 그런데 왜 우리나라는 이러한 세계적 흐름과는 반대방향으로 가고 있을까. OECD는 앞의 보고서에서 “한국과 터키만이 급성환자 치료용 병상수가 증가했다”며 “급성기병상이 장기요양치료에 쓰이고, 병상규모에 대한 기획이 이루어지지 않고, 민간영리병원에 투자 인센티브가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원 의원은 “우리나라 병상수의 급격한 증가 현상은 무엇보다 국가차원의 병상관리정책이 부재한데서 기인하는 바가 크다”며 “미국과 일본은 강력한 병상규제정책을 쓰고 있으나 우리나라는 그렇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원 의원에 따르면 미국은 병상에 대한 강력한 시장진입규제정책을 실시하고 있다. ‘국가의료계획자원개발법’을 제정해 필요증명(CON)을 제출하여 승인을 받지 못한 병상은 ‘메디케어와 메디케이드’(우리나라의 건강보험제도와 비슷한 제도)의 보상을 줄이거나 주지 않도록 했다.

원 의원은 “미국이 CON제도를 통해 시장진입규제를 강력히 실시하고 있는 이유는 보건의료자원을 보다 적절하게 할당하여 보건의료 비용 지출을 통제하고자 하는 목적을 가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 미·일, 국가차원 병상관리 = 일본도 지역내 기준병상수를 통해 병상공급을 규제하고 있다. 원 의원은 “일본은 1985년 병상과잉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의료법 개정시 각 지방별로 의료계획 수립의무화를 실시했다”고 지적했다.

지역별 기준병상수를 산정해 기존의 병상수가 기준병상수보다 많거나 병원신설로 기준병상수를 초과하게 되는 경우 지방자치단체장이 삭감을 권고하거나 신설승인을 거부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일본의 의료계획서처럼 지역보건의료계획이 있기는 하지만, 의료기관의 신규개설에 지역병상수의 과잉이나 부족은 검토하지 않아도 된다.

원 의원은 “병상증설이 제도적으로는 아무런 제제 수단이 없기 때문에 지역보건의료계획은 실효성이 없는 계획으로 전락했다”며 “병상수 증가를 억제하기 위해 지역별 병상할당제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이에 진수희 장관은 “그럴 필요가 있다고 본다”며 긍정적으로 답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