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 성주군과 인접한 칠곡군에서 군수가 삭발을 하고 칠곡군민들이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반대를 외칠 때까지만 해도 성주군민들에게 사드는 강건너 불구경이었다.
그런데 지난 11일부터 불길한 암운이 성주를 뒤덮을 기세로 다가왔다. 사드 배치지역으로 경남 양산과 경북 성주로 압축됐다는 설이 나돌자 12일 오후부터는 성주군은 겉으론 폭풍전야였다. 내심으론 ‘설마’하는 안도의 분위기도 있었다. 이 지역 출신 이완영 국회의원은 “군당국으로부터 성주배치는 사실무근”이라는 답변을 들었다고 해명했고 국방부도 성주배치유력설에 대해 ‘공식확인해줄 수 없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불안한 성주군과 사회단체는 일종의 선제대응으로 대책기구를 꾸리고 13일 대규모 반대집회를 열었다. 그러나 4만5000여 성주군민들의 우려는 이날 오후 국방부 성주배치 공식발표로 현실화됐다. 총리감금, 계란과 냉동물병 투척 등의 폭력시위로 변질된 15일 황교안 총리의 성주방문때는 이미 성주군민들의 배신감과 분노가 하늘을 찌를 듯 했다.
집회주최측도 통제불능이었다고 했다. 갑작스레 터진 폭력시위로 성주군민들은 졸지에 폭군으로 내몰렸다. 이재복 공동투쟁위원회 위원장은 17일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폭력사태에는 외부인이 개입한 것도 한 원인”이라고 말해 외부세력 담론확산에 힘을 실었다. 위축된 성주군민들은 사드배치 반대라는 본질이 훼손되고 호도될 것을 경계했다.
마치 절호의 역전기회라도 잡은 듯 경찰당국과 보수언론들은 일제히 외부세력 개입이 폭력사태를 불렀다고 대서특필했다. 일부는 현장에 있지도 않은 진보정당의 관계자의 실명도 끼워넣었다. 경찰은 즉각 외부세력 찾기에 나섰다. 불법 폭력을 휘두른 범법자를 찾는 것인 지 단순히 성주군민이 아닌 외부인을 솎아내겠다는 것인 지 헷갈릴 정도다.
경북지방경찰청은 19일 경찰관 진술을 통해 진보정당 간부 등 3명이 폭력집회에 가담한 사실을 확인했지만 채집된 증거자료는 없다고 발표했다. 20일 오전까지 외부세력이 저지런 불법행위는 확인되지 않았다. 사드반대라는 여론의 본질은 오간데 없고 폭력시위만 부각되고 있다.
정부는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국가안보와 관련된 중요군사시설이라 행정절차는 생략했더라도 군민들 상대로 사전에 충분한 이해와 설득의 과정은 거쳤어야 했다. 그것도 어려웠다면 불순한 외부세력 운운하며 사드반대투쟁의 폭력성만 부각하지 말아야 한다.
혹여 성난 성주군민의 민심을 살피고 달래는 건 뒷전인 채 전자파와 소음이 무해하다는데 왜 난리지, 이 참에 사드받아 애국자가 되고 대구공항같은 보상이라도 얻지라는 발상은 절대금물이다.
최세호 기자 seho@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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