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신문 대구

우호성의 사주사롱 - 진로선택 잘못으로 허송세월한 노처녀

내일신문 전팀장 2016. 8. 13. 14:12

 

젊은 여자가 전화를 걸어왔다. 여기는 부산이다, 인터넷을 통해 선생님이 쓴 사주칼럼을 봤다, 언제 방문하면 좋으냐고 물었다. 전화상담도 가능하다, 먼데서 돈과 시간을 들여 굳이 찾아오지 말라고 했으나, 그녀는  꼭 방문해서 상담을 받겠다고 했다.

 

약속한 날 그녀는 모친과 함께 내방했다. 그녀는 40을 넘긴 노처녀였다. 언행에 품위가 있고 외모에선 지적 이미지를 풍겼다. 일류대학 법대를 나와 30세까지 사법고시 공부를 했으나 뜻을 이루지 못해 지금은 영어학원을 운영한다고 했다.

 

그녀가 이 지경에 이른 원인이 다 명조(命造) 속에 들어있었다. 첫째 노처녀가 된 까닭을 보자. 배우자코드인 관성이 있으나 속이 텅 빈 공망 상태이니 없는 것과 같다. 이 관성이 오로지 본인 코드와 합을 하면 좋건만 다른 코드와도 다투며 합을 하는 쟁합(爭合) 상태이니 인연운이 나쁘다. 둘째 고시 시험운을 보자.

 

관성은 관복이기도 한데 이게 공망과 쟁합 상태에 놓였으니 그 어려운 고시에 합격할 수 있겠는가. 인연이든 시험이든 관성이 공망 상태와 쟁합 상태에서 풀려나야 성사가 가능하건만 여태껏 그런 운이 오지 않았다.

 

셋째 작금의 처지에 이른 결정적인 실수를 보자. 그건 진로선택의 잘못이다. 그녀는 명조 유형으로 볼 때 편인격(偏印格)이므로 학문·의료·예술 분야에 능한 소질을 타고났다. 그러면 학문의 길, 교육자의 길, 의료인의길, 예술가의 길로 가야 성공할 수 있다. 그런데 고교 때 인문계였던 그녀는 법대에 진학했으니 큰 실수를 저질렀다.

 

어학에 능하니 고시라도 외무고시에 도전해 외교관이 되는 게 더 맞다. 관운과 시험운이 나쁜 데도 무작정 공부한 것도 실수다. 필자가 진로선택의 잘못을 지적하자 그녀는 영문과에 가고 같은 대학원에 진학해서 공부할 생각도 했으나 그러지 못한 걸 후회했다. 덧붙여 필자가 “유학도 다녀와 학자의 길로 가거나 교수가 되었으면 좋았을 텐데요.”하자 그녀의 모친도 그렇게 이끌지 못한 걸 안타까워했다. 다시 보라.

 

결국 그녀는 영어학원을 운영하며 영어를 가르치는 선생님이 되어 있지 않은가. 대학과 고시촌에서 10년 넘게 밤낮없이 공부한 법으로 먹고 사는 게 아니라 학창시절에 남들처럼 공부한 영어로 먹고 살고 있지 않은가. 먼 길을 돌아서 이제 제 자리로 왔으니 다행이긴 하지만 얼마나 많은 세월을 허비하고, 청춘을 낭비하고, 젊음을 소진했는가.

 

그녀는 고시공부를 하면서 같은 길을 가는 남자를 만날 수 있고, 고시에 합격한 같은 직업의 남자를 만날 수 있다는 생각에 오로지 공부만 했건만 그 꿈을 이루지 못했다. 10년 공부는 나무아미타불이 되고, 풋풋한 시절에 사랑과 낭만은 누리지 못하고, 어느덧 노처녀가 되었다고 생각하니 필자의 마음도 아팠다. 다행히 올해는 관성이 공망 상태에서 벗어나고 천우신조의 덕이 있는 해이므로 인연 찾기에 적극 나서라고 조언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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