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회에 보람되고 뜻있는 일 하고파 평생 모은 전재산 사회에 환원, 이 시대의 진정한 거인(巨人)
대구 수성구(구청장 이진훈)에 훈훈하고 감동적인 이야기가 들려왔다.
7일 오전 10시 수성구에서 56년간 살아오신 ‘박수년’(86세)할머님이 수성구청을 방문해 평생 어렵게 모은 재산 12억 원을 남편 ‘김만용’ 이름으로 장학후원금으로 써 달라며 기탁한 것이다.
2013년 재단 설립 이후 이렇게 큰 금액의 기탁은 처음 있는 일이다.
‘박수년’님은 꽃다운 나이 21살에 6・25전쟁으로 남편을 잃고 평생을 그저 앞만 보고 부지런히 살아오셨다.
올해로 86세, 쉼 없이 달려온 인생에 쉼표를 찍고 문득 지나온 생을 되돌아보며, 먼저 간 남편에 대한 그리움과 애틋한 감정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많은 고민을 했다고 한다.
고민 끝에 ‘박수년’님은 꿈에도 그리운 남편 '김만용'의 이름으로 생전에 사회에 보람되고 뜻있는 일 하나 하고 가고자 평생 억척같이 모은 재산을 사회에 환원하기로 결심하고, 올해 초 수성인재육성장학재단의 문을 두드리게 되었으며, 마침내 소중한 후원을 하게 된 것이다.
‘박수년’님은 1931년 경산에서 태어나, 슬하에 아들 1명이 있다.
힘겨웠던 일제강점기를 겪으면서, 1948년 18세에 ‘김만용’님과 결혼하여 꿈같은 신혼생활을 하던 중 6.25전쟁이 발발되었고, 1년 뒤 남편은 29살 나이로 전쟁터로 강제 소집되었다.
전쟁터로 간 남편은 소식 없이 2년여 세월이 흘렀고 ‘박수년’님이 23세 되던 어느 날 남편의 사망통지를 받았고 그 순간 아무것도 실감할 수 없었다고 한다.
이후 시댁인 반야월을 떠나, 대구 신천동으로 나와 혼자만의 고단한 생활이 시작되었다.
세상물정 모르고 하고 싶은 것도 많은 23살 꽃 다운 나이지만 ‘박수년’님은 어린 시절 겪었던 뼈저린 가난을 극복하기 위해, 살림살이 장만이나 몸치장 같은 건 전혀 신경 쓰지 않고 오로지 앞만 보며 열심히 살았다고 한다.
그렇게 옷 보따리 하나들고 여기저기를 다니며 억척같이 돈을 벌어 고향인 경산에 농사지을 토지를 샀다.
30세가 넘어서야 수성동에 집을 사서 정착하였고 그것이 수성구와 맺은 첫 인연으로 현재까지 56년간 수성구에서 살고 있다.
수성동에 정착하여 10여 년간 고향인 경산을 오가며 농사를 짓다가, 40세가 되어 남편의 6・25참전 보훈대상자를 계기로 보훈청에서 직장을 얻어 60세까지 근로자로 근무하다 퇴직했다.
퇴직 이후 최근까지도 경산을 오가며 농사를 지어오신 부지런하고 절약을 몸소 실천해 오신 분이다.
장학후원금을 기탁하기까지 ‘박수년’님의 드라마틱한 인생과 기탁 취지와 설명을 들은 참석자들은 가슴이 먹먹하고 뭉클해짐을 느꼈다며 모두 눈시울을 붉혔다.
‘박수년’님은 오늘 후원금을 기탁하면서, 어렸을 때 너무나 힘들고 가난하게 살았었다며 평생에 이룬 재산을 이렇게 사회에 다시 돌려줌으로써 가슴에 맺힌 한을 풀었다며, 잘 부탁하고 감사하다며 그 소감을 말했다.
몸이 불편한 어머니를 모시고 이 자리에 참석한 아들도 모든 것을 어머니의 뜻에 따를 뿐이라며 직장 관계로 건강이 좋지 않은 어머니를 옆에서 보살펴 드릴 수 없어 안타까울 따름이라고 소박한 모습을 보였다.
이진훈 수성구청장은 “수성구 역사가 시작된 지 36년 됐는데 그 역사 이래 가장 의미 있고 뜻 있는 일이다” 며 “남편 ‘김만용’님과 ‘박수년’님의 숭고한 삶, 아름다운 용기를 영원히 기억하고 모든 이에게 귀감이 되도록 범어도서관에 두 분의 이름을 딴 공간을 마련해 널리 알리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성로 수성인재육성장학재단이사장은 “기탁금을 별도 기금으로 관리하고 ‘박수년’님의 뜻에 따라 두 분의 이름으로 ‘김만용・박수년 장학금’을 지급할 계획이다“ 며 ”‘박수년’님과 가족의 고귀한 뜻을 받들어 후원금을 잘 관리하여 우리지역 인재육성 장학 사업에 더욱 힘쓰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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