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신문 맛집

"1박 2일, 담양 <대통밥>먹어보니"

내일신문 전팀장 2009. 2. 22. 13:02

대나무통 안에 익은 찰진 밥과 계절별 반찬 가득한 진수성찬의 조화  
글 사진 전득렬 팀장 papercup@naeil.com

KBS2-TV
<1박 2일>에서 ‘전라도 담양’편을 방송했다. 담양의 특산물인 대나무를 소개하면서 대나무 속에 각종 영양식을 넣어 만든 ‘대나무 통밥’을 소개했다. 그 유명한 건강식의 대명사 대통밥을 출연진이 그냥 먹을 수 있을까.


▶KBS2-TV <1박 2일> ‘전라도 담양’편 방송장면.
ⓒ KBS  1박 2일


‘대통밥 복불복! 전라도 하면 한정식, 담양하면 대통밥! 밥상 앞에 놓인 6개의 대나무 통 안에 찰지고 맛있는 대통밥이 3개, 나머지는 씹고 또 씹을수록 맛이 나는(?) 생쌀!’ 결과는 MC몽만 남겨 둔 채 모두 대통밥을 먹게 되는데, 과연 그 맛이 어떨까 대통밥을 찾아 그 맛을 알아보았다.


은은한 대나무향기와 함께 구수한 밥의 찰진 맛


방송에 등장하는 대통밥을 먹으러 대구에서 전라도 담양까지는 갈 수 없는 일. 대구에서 대통밥을 만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찾아보니 수성구 담티골의 ‘그곳에 가면(053-793-4021)' 대통밥이 있었다.


이곳은 수년째 ‘대통밥’을 전문으로 하는 곳. 음식점 뒤에 우거진 대나무 숲이 있어, 저 대나무로 대통밥을 만드느냐고 물으니 아니라고 한다.


대나무의 굵기가 작을 뿐만 아니라, 대나무를 잘라 밥을 넣을 수 있는 대나무통 크기로 만드는 일이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


또 대나무 하면 우리나라에서 최고로 알아주는 것이 ‘담양의 대나무’이기 때문에 담양에서 매주 직접 공수 받아 담양식으로 대통밥을 만든다고 했다.


그렇다면 담양에 가지 않고도 이곳에서 담양의 숨결을 느낄 수 있는 대나무통밥을 먹을 수 있다는 말. 주인아주머니는 대나무통에다 찹쌀 흑미 은행 대추 등 각종 영양식을 가득 넣어 커다란 솥에서 여러 개의 대통밥을 넣어 찌기 시작했다.


대통밥이 익어가는 동안 밥상위에는 한정식이 차려지기 시작했다. 불고기 구절판 산적 조기 비지 잡채 등과 계절별로 나오는 밑반찬 등 그야 말로 진수성찬이 차려졌다. 그리고 김이 무럭 무럭 나는 대통밥이 나왔다.


쫀득쫀득한 밥맛에 녹아든 죽향의 미학


대통밥을 두 손으로 감싸 안으니 방송에서 보여준 것 처럼 손안에 따뜻한 기운이 전해진다. 대통밥 위에 덮인 한지를 살짝 들추니 은은한 대나무향기와 함께 구수한 우리나라의 밥 향기가 방안의 공기를 휘 감아 돌았다.


밥맛은 어떨까. 한손으로 대통을 잡고, 한 수저 떠서 입에 넣으니 찰진 밥맛과 대나무 향이 동시에 입안에서 느껴졌다. 쫀득쫀득한 밥맛에 죽향까지 더 하니 반찬이 필요 없을 정도.   

 

 

▲ 경상도식 한정식 대통밥과 함께 나오는 경상도식 한정식, 이렇게 푸짐한 상차림이 단돈 1만원에 맛볼 수 있다.  ⓒ 전득렬

동의보감에 "대나무는 우리 몸속의 열을 내려주고, 독소를 없애준다"고 나와 있다고 한다. "체내에 축적된 독과 열을 제거해 ‘중풍’과 ‘소갈’에 좋으며, 장기를 청결하게 만드는 효능이 있으니 먹으면 먹을수록 몸에 좋은 보약 같은 밥"이라고 설명한다.


자연의 숨결이 살아있는 우리나라 우리음식들


반찬 맛은 어떨까. 막 지은 대통밥과 금방 무쳐낸 나물 반찬들을 먼저 먹으면 좋다고 한다. 이후, 조기 등 생선과 산적을 먹으면 맛이 연한 반찬에 대통밥의 깊은 맛을 느낄 수 있다고.


전라도 한정식과는 좀 다른 것은 경상도 입맛의 특징이 다소 맵고 짠 음식을 좋아하기 때문에 정통 전라도 한정식과는 다소 다른 점이 있다고 설명한다.



경상도 지역의 입맛에 맞게 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간장 고추장 소금 등을 좀 더 쓰기는 했지만, 소금 설탕은 적게 들어가는 소염다초(少鹽多醋), 소당다과(少糖多果)은 원칙을 지킨다고 한다. 그리고 소식다작(少食多嚼), 즉 오래 씹을수록 맛이 나는 우리나라 우리반찬들로 특별한 맛에 특별함을 더한다고 설명한다. 


◀ 나무통밥 전라도 담양에서 공수해온 대나무통에 혼합곡을 넣어 만든 우리나라 우리의 전통음식이다. 
ⓒ 전득렬  대나무통밥



식후에 나오는 항아리속의 누룽지가 별미다. 전라도 한정식에는 없는 경상도식 별미라는 게 주인장의 설명. 우리 밥맛의 깊고 깊은 맛을 전해주는 구수한 영양누룽지는 맛과 영양에서도 모자람이 없을 정도로 땅콩 깨 등 많은 영양식이 첨가 되어 있다.



방송에서 전하는 담양의 대통밥은 오락프로그램이라 재미있게 ‘복불복’으로 진행되었지만, 그 전하는 의미는 남다르다.


웃으면서 보는 방송이지만 담양의 특징과 명맥을 이어오는 우리나라 전통의 밥상을 보여준 것은 정말 중요한 '우리의 자랑거리'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인스턴트 음식과 수입산이 넘쳐나는 시대, 믿을 수 없는 식재료들이 많은 시대에 살고 있지만, 우리나라 곳곳에서 전통의 맥을 이어가며 자연의 숨결이 살아있는 음식들이 인기를 얻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곳에는 건강이 있고, 자연이 있고, 전통이 있어 원칙을 지켜가며 음식을 만드는 우리 어머니의 정겨움이 있기 때문이 아닐까. 

"1박 2일, 담양 <대통밥>먹어보니" - 오마이뉴스 전득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