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신문 교육

소극적인 우리아이, 칭찬이 명약

내일신문 전팀장 2010. 10. 27. 11:00

매사 의욕 없는 우리 아이, 부모의 과잉 의욕이 문제?

무엇을 물어봐도 좋고 싫은게 분명하지 않고 매사에 시켜야만 하는 아이 때문에 속상한 적은 없는지. 어디 공부뿐이랴. 놀이, 취미, 교우 관계, 쇼핑에도 호기심을 보이지 않은 아이들….

의욕 없는 우리 아이, 무엇이 문제일까?

 

중학교 2학년 민정이.

이것저것 좋은 것을 사줄 테니 이번 시험에서 90점 이상 맞으라고 해도 반응이 시원치 않다. 공부 멘토를 붙여주기도 하고 혼도 내보지만 별로 효과가 없다. 무기력에 빠진 것 같다.

초등학교 6학년 은수.

남자아이지만 당최 바깥에 나가 놀려고 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집에서 공부나 독서를 하는 것도 아니다. 게임에도 의욕 없고, 간혹 축구를 해도 승부욕이라는 게 없다. 뭐가 문제일까?

중학교 1학년 하영이.

어떤 문제가 있어 의견을 물어봐도 자기 생각을 표현하지 않는다. 뭐든 쉽게 포기하니 뭣 하나 제대로 하는 게 없다.

 

과잉 의욕 부모, 의욕 없는 아이 만든다

 

자녀가 공부는 물론이고 생활 태도를 계획성 있게 잘 지켜가면 좋을 테지만 신체적으로 지쳤는지, 아니면 특정한 일에만 무기력한 반응을 보이는지 답답해하는 부모들이 많다. 원인이야 다양할 수 있지만 부모의 성격과 양육 방식이 가장 큰 원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 TMD교육그룹 고봉익 대표의 설명이다.

 

“의욕이 약한 학생은 무슨 일에나 자기 스스로 해보려는 의지가 없죠. 숙제를 마지못해 겨우 하고, 친구들과도 어울려 놀려 하지 않고.” 이런 아이들은 대부분 부모의 양육 태도에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다고. 부모나 주위 사람들이 그들이 하는 일에 대해 불평 불만을 자주 말하는 경향이 강하고, 부모가 아이의 모든 일에 간섭하고 통제해 부모에게 의존하도록 만드는 것이라고.

 

“민정이의 사례만 봐도 일시적 보상에도 반응을 보이지 않는 건 분명 부모님이 약속을 지키지 않은 일이 많고, 교육에 일관성이 없었기 때문일 겁니다. 여기에 행동이 아닌 결과를 바꾸기 위한 보상은 아이를 무기력하게 만드는 지름길이죠.”

 

은수의 사례는 학습된 무기력 상태에 빠졌다는 진단. 의사소통 루트를 점검하고, 적극적인 대화를 통해 우선 아이가 왜 그런지 듣고, 공감해줘야 한다는 것. 심각한 경우, 외상 후 증후군 여부를 파악해 전문적인 도움을 받아야 할 수도 있다. 하영이는 뭐든 간섭하고 대신 해주는 부모 때문에 의욕이 꺾인 케이스. 자신의 의지로 결정하고 노력하지 않다 보니 포기가 쉬운 건 당연하다.

 

의욕 없는 아이들에게는 십중팔구 과잉 의욕의 부모가 존재한다는 게 아동심리상담 전문가 홍소희씨의 설명이다. 부모의 지나치게 높은 기대감이 아이를 긴장하게 만들고, 극도의 긴장감이 실패라는 결과를 낳을 때 아이들은 헤어나올 수 없는 좌절을 겪고 의욕이 꺾인다는 것.

 

“지나치게 많은 것을 기대하는 부모들은 대부분 아이의 능력과 장점을 찾으려 하기보다 결과를 중요시하는 경향이 많죠. 계속 다그치고 잔소리하고….” 이런 일이 반복되면 아이는 지레 겁을 먹고 노력도 해보지 않고 포기하는 것이라고 홍씨는 전한다.

 

이와 반대로 “네가 어떻게 그렇게 어려운 일을 할 수 있겠니? 할 수 있는 만큼만 해라. 무리하지 말고”식의 낮은 기대와 허용도 아이의 의욕을 꺾는 요인이다. 자녀를 과잉보호해 뭐든 대신 해주는 양육 방식이나 자율성을 키워준다는 미명하에 무관심한 것도 의욕 없는 아이를 만든다는 설명.

 

비현실적 목표 지양, 결과보다 과정 칭찬이 명약

 

그렇다면 의욕 없는 아이들을 위한 명약 처방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먼저 아이의 행동에 긍정적인 동기를 부여해주는 것. 아이들은 행동을 통해 자신의 요구를 전달하는 것이므로 아이의 행동에 긍정적인 동기를 언급해주는 것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를 하고 싶었구나” “○○를 하자고 얘기하는 거니?”식으로 안정감을 느끼도록 긍정적인 반응을 보여야 한다.

 

무엇이든 아이가 성취할 수 있는 목표를 정하는 것도 중요하다. 또래 아이들에 비해 신체적, 지적으로 성장이 늦은 아이에게 부모의 과잉 의욕은 말 그대로 ‘독’이 될 수 있다. 수학을 못하는 아이에게 “우리 집안은 수학을 못하는데 네가 닮았구나”라는 표현 대신, “엄마는 수학을 못했는데 너는 엄마보다 훨씬 잘한다”고 격려하고 이번에는 ○○점 정도 거뜬하겠다고 치켜세우는 것이 필요하다.

 

다음으로 중요한 것은 결과보다 과정에 집중하는 것. 목표를 달성하는 아이들이 몇이나 되겠는가? 목표를 달성했다면 아낌없이 칭찬해주고, 그렇지 못하다면 아쉽다는 말과 함께 “그래도 계획을 세워 노력한 네가 자랑스럽다”고 격려해야 한다.

 

“간혹 시험 점수에 용돈이나 물건으로 보상을 하는 부모들이 있는데요. 일시적으로 효과적일 수 있으나 보상 때문에 공부했을 경우, 보통은 학습량을 늘리기 위해 더 강력한 보상을 주어야 하는 부작용이 있습니다.”

고 대표는 아이 자신이 아니라 부모를 위해 공부하는 부작용이 큰 만큼 행동에 대한 보상이 아닌, 결과를 노린 보상은 지양해야 한다고 조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