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 또 내일

호숫가의 피리소리

내일신문 전팀장 2016. 6. 5. 23:55

지주 Day 행사가 5.23일 퇴근 후에 호숫가에서 있었습니다.

DGB금융그룹의 직할 회사인 지주회사의 3개 본부 10개 부서의 50여 명이

매월 한차례 만나 서로의 입장을 생각하고 대구은행을 비롯한 6개회사의

원활한 지원을 논의하는 행사가 바로‘지주 Day’입니다.

 


오후 일을 마칠 때쯤 종이컵에 담긴 비빔밥을 먹고 대구 동구 봉무동의

단산지로 향했습니다.

이즈음이 보릿고개 시절이라 꽁보리밥이나 주먹밥으로 저녁을 먹으려고

했으나 사정이 여의치 않았습니다.

40 여명이 도착한 곳은 봉황이 춤춘다는 곳 봉무동의 위쪽에 붉은 흙이

나온 산인 단산(丹山) 아래의 저수지 단산지였습니다.

단산지의 둑 옆에 핀 꽃들은 석양에 그 빛깔이 더욱 고왔고 수상스키가

가는 길 따라 물길은 휘몰아쳤으며 저수지 주변 푸른 산의 초목은 그야

말로 녹음방초였습니다.


불가사리 모양의 단산지 둘레길 3.5Km는 산책하기 좋도록 잘 정비되어

있었습니다. 우리는 저수지 둑길을 따라 걸으면서 행사준비를 위해 미리

도착한 직원들이 중간지점에 숨겨놓은 보물을 찾기 시작했습니다.

직원들이 기대하고 열심히 찾은 연두색 종이와 바꾼 보물은 봉무동 주변

농가에서 직접 길러 공원입구 노점에서 판매한 감자, 고구마, 양파,

마늘 그리고 상추를 비롯한 채소였습니다.

 


또 그 자리에서는 대구의 역사와 미래를 주제로 인문학 강의가 있었습니

다. 대구와 경북을 포함한 우리나라를 지탱하는 핵심 정신이 바로 삼한

일통의 화랑정신, 올바른 실천 정신인 선비정신, 호국정신, 그리고 새마

을 정신입니다. 그 중심이 달구벌이며 대구경북인데 두 단어의 영어

이니셜이 DGB입니다. 최근 DGB금융그룹이 슬로건을 'Do Global Best’로

선포했는데 위의 뜻과 대구경북 브라보 등 다양한 내용도 포함합니다.

 

그리고 행사의 하이라이트인 경북도립국악단 피리연주자의 민요의 지역
별 특징에 대한 설명과 해당 곡의 피리 연주가 있었습니다.
피리는 소매나 주머니에 넣어 다닐 정도로 작지만 국악의 중심 악기이며
사람이 노래하는 것과 비슷하게 표현됩니다. 도심을 떠난 고요한 숲 속
의 호숫가에서 피리소리를 들으며 우리는 하나가 되었습니다.
어두워지자 청량감이 들던 한적한 곳에는 피리소리를 타고 아카시아
향기와 찔레꽃 향기가 달려오는듯 했습니다.


평소 귀에 익은 곡을 들으며 때론 흥얼거리기도 하면서, 인연의 소중함
을 확인하기 위해 미리 주문한‘인연’이라는 곡을 청해 듣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호숫가의 나머지 둘레길을 넘어 길을 돌아오면서 자연의 이치를
다시 깨달았습니다. 해질 무렵에 도착하여 어두웠으니 낮이 있으면 밤이
있다는 것과 오르막이 있으면 내리막이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또 나무를 보면서 튼튼한 뿌리가 있어야 영양분을 빨아 올리고 몸통이
곧아야 잎이 무성하다는 것을 즉 한 가정에 비유하자면 조상은 뿌리이고
몸통은 부부, 줄기와 잎은 자식들이라는 생각도 해 보았습니다.



제사상의 핵심인 삼색나물은 흰색의 도라지와 갈색의 고사리 그리고
파란색의 시금치입니다. 뿌리인 도라지는 할아버지 이상의 조상이며,
줄기인 고사리는 아버지와 나 그리고 아들입니다. 그리고 잎에 해당하는
시금치는 손자 이후의 후손을 뜻하고 있습니다.


다음날 아침 고구마를 보물로 받은 직원이 고구마를 맛있게 구워와서
전 직원들이 나누어 먹었습니다. 양이 충분하지 않아 보탰을 것 같은
직원 덕분에 전날 밤의 정취를 고구마와 함께 다시 맛볼 수 있었습니다.
이 아름다운 계절에 좋은 추억을 하나 만들어 보십시오.
글_ 김. 경. 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