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 또 내일

아내의 유혹, 변호사가 말하는 법적 문제점

내일신문 전팀장 2009. 2. 9. 20:41

 

은재의 복수 행위, 법률적 문제 많아…알고보니 은재가 더 나빠 

 

<아내의 유혹>이 시청률 40%를 돌파 했다. ‘막장’ 드라마라는 비난 속에서도 흔들림 없이 작품(?)을 만드는 제작진들도 극중의 은재(장서희)처럼 누가 뭐래도 흔들림 없이 없다. 6살배기 아이들부터 80살이 넘은 할머니까지 은재나 교민, 애리의 이름을 알고 있을 만큼 <아내의 유혹>은 재미로서는 성공을 거둔듯하다.

 

                           ▲SBS홈페이지

그러나 그 달콤한 재미만큼이나 드라마가 주는 잘못된 인식과 불법적인 요소는 치명적인 교훈으로 남는다. 극중 애리의 행동은 불법을 저지르는 아주 나쁜 여자로 인식되고, 은재는 자신의 복수를 정당화 해가는 착한여자로만 비춰지고 있다. 정말 그럴까. 그러나 법률을 들여다보면 오히려 은재가 더 많은 불법을 저지르고 있다는 것을 알 수가 있다.

 

무조건 나쁜 여자로 몰리는 애리를 위한 변명을, 또 드라마가 전해주는 잘못된 법률적 요소를 이태현 변호사(대구 수성구)에게 법률 자문을 들어 알아봤다.

 

[#장면1] 파주 건설현장의 불륜현장 간통죄(?), 주거침입죄?

 

간통죄 성립여부=은재와 교빈(변우민)과 함께 파주 건설현장에 간다. 고의로 넘어져서 흙탕물에 옷을 버린 은재는 사장의 숙소인 모델하우스에서 샤워를 하고 나온다. 정교빈이 은재를 끌어안으며 진한장면(?)을 연출하려는 순간, 은재는 술이라도 한 잔 해야 할 것 같다면서 교빈에게 술을 사 올 것을 부탁했고, 교빈은 순진하게 술을 사러 나갔다. 그 사이 은재는 모델하우스를 빠져 나가고 뒤 늦게 신애리가 불륜현장을 잡겠다며 모델하우스를 급습한다.

 

 여기서 짚어볼 법률적인 문제점은 두가지. 위 상황에서 (1)교빈이 은재와 정사를 나누려 했다는 자체가 간통죄가 성립되지 않을까? 이고 (2)신애리가 은재와 정교빈의 불륜현장을 급습하겠다면서 모델하우스를 급습한 것은 주거침입죄가 성립되지는 않을까?

 

형법 제241조에서는 간통죄는 “배우자있는 자가 간통한때 2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 그와 상간한 자도 같다”고 규정하고 있다. 간통이란 배우자 있는 자가 배우자 이외의 자와 성교를 하는 것을 말한다.

 

성교 이외의 부정한 행위들은 형법상 간통죄로 처벌하지 못한다. 본 죄는 미수범의 처벌규정이 없으므로, 성교 이전의 행위들, 예컨대, 감정의 교감, 찐한 스킨십, 심지어 탈의를 하고 함께 침대에 누웠더라도 성교까지 이르지 아니하였다면 처벌하지 않는다.

 

또, 간통죄는 배우자의 고소가 있어야 처벌을 할 수 있고, 배우자가 간통죄로 고소를 하려면 형사소송법의 규정에 의하여 이혼소송을 제기한 후에 가능하다. 만약 정교빈과 구은재가 모델하우스에서 성교까지 갔더라도 신애리가 정교빈을 간통죄로 고소하기 위하여 정교빈과 이혼을 할까?

 

정교빈과 이혼을 하면 은재가 원하던 대로 되는 것이니, 절 때 이혼할리 없을 것이고, 이혼을 하지 않으면 간통죄로 고소할 수도 없다. 배우자와 이혼을 하지 않고 그 상간자인 은재만 간통죄로 처벌해 달라고 고소를 할 수 있을까? 이 또한 형사소송법상 ‘고소불가분의 원칙’이라는 것에 의해 불가능하다.

 

주거침입죄 여부= 불륜현장을 덥치기 위해 모델하우스내의 사장 숙소를 급습한 신애리는 형법상 주거침입죄를 범한 것은 아닐까? 결론적으로 주거침입죄로 처벌하기에는 무리가 있어 보인다.

 

왜냐하면 드라마의 정황상 교빈이 사용한 모델하우스 내 사장의 숙소로 제공된 공간의 특성은 사장 및 그 가족들까지 사용 권한이 있어 보이고, 신애리는 정교빈의 법적 부인이므로 특별히 출입에 제한이 있었던 것으로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신애리 또한 사장의 숙소 공간에 대한 주거권이 있으므로 이에 기한 출입은 설사 불륜현장을 급습하기 위한 목적이었다고 하더라도 처벌 대상이 될 수는 없어 보인다.

 

다만, 장소가 사장의 숙소가 아니라 모텔이나, 호텔의 방실이었다면 어떨까? 이 경우 그 방실에 대한 주거권은 투숙객에게 있는 것이고, 드라마의 장면을 대입해 본다면 투숙객은 정교빈과 은재 일뿐 신애리는 아니다.

 

따라서 신애리가 불륜현장을 급습하기 위해 교빈과 은재가 묵고 있는 모텔 혹은 호텔의 방실을 급습한 것이라면, 오히려 신애리가 주거침입죄로 처벌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자택이 아닌 제3지역에서의 불륜현장을 급습하려면 경찰 등 수사기관에게 협조를 구하고 함께 들어가는 것이 여러모로 안전한 수단이다.

 

[#장면2]술에 약 타고, 반라의 몸을 휴대전화로 찍어 전송

 

지난주 드라마에서는 은재(장서희)와 교빈(변우민)이 1차로 술을 마신 후 호텔로 들어가서 다시 한잔을 하는 장면이 방송되었다. 교빈은 술에 약(수면제인 듯)을 타고, 은재는 교빈의 반라의 몸을 휴대전화로 찍어 전송한다. 이러한 행위들을 보면서 모방 범죄가 생겨나지 않을까 우려하는 시청자들도 적지 않다. 무엇이 문제 일까?

 

 

수면제를 탄 행위 = 교빈은 은재를 가질 목적으로 약(수면제)을 술에 타 마시게 하고 정사를 나눌 계획을 세운다. 그러나 은재는 과거에 교빈의 동일한 수법을 경험한 적이 있어 몰래 술잔을 바꾸고 교빈이 약을 탄 술을 마시게 된다.

“약물을 사용하여 피해자를 수면에 빠지게 하는 경우(항거불능상태)에는 강간죄의 폭행에 해당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있다. 형법은 “폭행 또는 협박으로 부녀를 강간한 자는 3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며, 강간죄의 미수범은 처벌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만약 교빈이 은재에게 약을 탄 술을 마시게 한 후 성관계를 가졌다면 교빈은 강간죄로 처벌 받게 된다.(은재가 교빈과의 과거 상황에서는 강간죄가 성립되는 것이다.) 그러나 드라마에서는 은재가 약이 든 술을 마시지 않았기 때문에 강간죄에 이르렀다고 보기는 어렵다. 다만 강간 미수범으로 처벌될 수 있지는 않은가 살펴보는 것도 흥미로운 일이겠으나 강간죄의 미수범도 성립하기 어렵다.

 

그렇다면 술잔에 약을 탄 사실 자체를 강간죄의 예비로 보아 강간 예비죄로 처벌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 할 수 있겠지만 강간죄는 예비행위를 처벌하는 조항이 없다. 교빈의 행위는 형법상 처벌이 불가능하다. 오히려 은재가 처벌을 받을 수 있다. 은재가 교빈의 계획을 눈치 채고 약을 탄 술잔을 교빈에게 먹게 한 행위는 오히려 처벌을 받는 행위이다. 이는 신체에 대한 ‘유형력의 행사(폭행)’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어, 형법 제260조의 ‘폭행죄’로 처벌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시청자들은 은재의 행위가 일면 통쾌한 복수극으로 보여 후련할 수 있으나, 사적 보복행위는 형벌법규에 반하는 경우가 많아 은재가 처벌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때문에 드라마에서는 위법한 행위들을 정당화하는 듯한 장면은 가능한 자제하는 것이 필요하다.

 

반라의 몸을 휴대전화로 찍어 전송 = 은재가 교빈의 상반신 사진을 찍어 애리에게 전송한 것은 ‘성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카메라 등 이용촬영)’의 죄에 해당할 소지가 있다. 위 법률은 “카메라 기타 이와 유사한 기능을 갖춘 기계장치를 이용하여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타인의 신체를 그 의사에 반하여 촬영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등에 처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은재가 휴대전화의 카메라 기능을 이용하여 교빈의 민망한 모습을 담은 사진을 촬영한 행위는 법률 위반행위로 처벌이 된다. 따라서 은재의 행위는 법률에 반하는 행위라 할 수 있다.

 

[#장면3] 은재가 애리의 예물을 훔친 후 돌려 준 것은 절도죄?

 

은재는 교빈에게 보고 싶다며 집으로 찾아 간다. 마침 집에는 아무도 없었고, 교빈과 애리의 침실에 자연스럽게 들어간 은재는 교빈에 잠시 거실로 나간사이 애리의 반지와 목걸이가 든 결혼 예물함을 옷속에 숨겨 나온다.

 

이후 은재는 애리를 만나 사랑한는 사람에게 선물을 받았다며 애리의 속을 뒤집어 놓고, 애리가 한눈을 파는 사이 애리의 차안에 목걸이와 반지가 든 예물함을 던져 놓는다. 애리의 결혼 예물(반지,목걸이)을 가지고 나와 착용하다 다시 애리 차에 던져놓는데(돌려주었는데), 훔친 물건을 다시 돌려주어도(다른 장소에)절도죄가 성립할까?

 

물건을 가져 갖다가 다시 소유자가 찾아내기 쉬운 장소에 돌려준 경우라 하더라도 당연히 절도죄가 성립한다. 다만, ‘사용절도’라 하여 차량의 경우를 제외하고는 처벌하지 않는 경우는 있으나 은재는 애리가 쉽게 찾아 낼 수 없는 장소에 돌려놓은 것은 분명히 절도죄로 처벌받아야 될 것으로 보인다.

 

[#장면4]시아버지의 금괴를 훔친 신애리는 무죄? 은재는 장물취득재?

 

 

시아버지의 금괴를 훔친 며느리 신애리. 은재에게 금괴를 넘겨주겠다는 녹음된 목소리와 CC-TV를 부수려다 시아버지에게 들키는 등 논란의 중심에 서 있는데 과연 그녀는 절도죄로 처벌을 받게 되는가?

 

애리의 절도죄 = 이태현 변호사는 “10억원 상당의 금괴를 훔쳤으니, 절도죄가 성립한다. 다만, 형법은 ‘친족상도례’에 관한 규정을 적용하고 있어, 직계혈족 동거친족 가족 또는 그 배우자간의 절도죄는 그 형을 면제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고 설명했다.

시아버지와 며느리인 신애리는 민법상 인척에 해당하는 친족으로 절도죄가 성립하지만, 그 인적 특수관계로 인하여 시아버지의 의사와 관계없이 처벌을 하지 않는 규정을 두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신애리는 10 억 원 상당의 금괴를 훔치고도 어쨌든 처벌받지 않게 된다.

 

은재의 장물취득죄 = 신애리에게 금괴를 넘겨받은 은재는 장물취득죄로 처벌을 받을까? 애리는 인적 특수관계로 절도죄의 처벌받지 않더라도, 그 장물을 취득한 사람이 원 소유자와 어떤 인적관계에 있지 않는 한 처벌을 받는다고 한다. 다만, 장물취득죄는 그 물건이 장물인 것을 알고서 취득하여야 하는데, 은재는 금괴가 훔친 물건이라는 사실을 알지 못하고 채무변제용으로 받은 것이라 고의에 의한 장물취득죄는 성립하지 않는다.

 

 그러나 장물죄는 그 취득행위 뿐 아니라, 보관행위까지 처벌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은재는 나중에 애리가 시아버지의 금괴를 훔쳤다는 것을 알고도 계속 이를 소지하고 있었기 때문에 ‘장물 보관죄’로 처벌될 수 있다. 때문에 은재는 그러한 사정을 추후에라도 알았다면 금괴를 신애리의 시아버지에게 신속히 돌려주어야 처벌을 받지 않는다.

 

한편, 신애리가 훔친 금괴라는 사실을 속이고 은재에 대한 채무 10억 원을 갚고 차용증을 돌려받아 찢어버린 행위는 은재에 대한 사기죄가 성립할 여지는 있다고 이태현 변호사는 설명한다.

 

                                                                                               ▲이태현 변호사는 금괴를 훔친 애리는 처벌받지 않고 오히려 은재가  장물취득죄로 처벌 받을 수 있다고 설명한다. 사진=전득렬

 

[#장면5]도둑누명을 쓴 오빠 구강재, 대응방법은?

 

금괴를 훔쳤다는 은재의 오빠 구강재는 보는 시청자들은 분해한다. 그를 태우고 간 택시기사를 찾아 무혐의를 호소하지만 시원스럽지 않다. 신애리의 시댁 식구들이 구강재의 집을 찾아와 밥상을 뒤엎는 등 행패를 부리고 구강재에게 도둑 누명을 씌운 행위는 ‘명예훼손죄’가 성립한다. 공연히 허위의 사실을 적시하여 타인의 명예를 훼손한 때에는 2년 이하의 징역 등에 처해 질 수 있기 때문에 애리의 시어머니 백미인(금보라)은 처벌을 받을 수 있다. 다만, 명예훼손죄는 ‘반의사불벌죄’라,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으면 국가가 처벌할 수 없다. 극중 마음씨 좋은 구강재가 모든 것을 용서한다면, 백미인은 처벌을 면할 수는 있을 것이다.

 

▲SBS홈페이지

 

[#장면6]애리를 위한 변명, 사적인 복수 행위는 정당화 될 수 없다?

 

 

우리나라는 사적인 ‘복수’행위를 허용하지 않고 있다. 이는 우리나라 뿐 아니라 대부분의 국가가 그렇다. ‘복수 권,’ 다시 말해 ‘형벌권’을 행사할 수 있는 것은 오직 국가밖에 없다. 따라서 아무리 자신에게 죽을죄를 진 가해자에 대하여도 사적인 복수 행위는 허용되지 않는 다는 것이다.

 

드라마를 통해 보여 지는 은재의 복수극은 시청자들에게 통쾌하기도 하고, 모두 정당화되게 비추어지지만 현실에서는 이루어지기 어렵다. 오히려 형벌법규에 의해 은재가 처벌받게 되는 상황이 더 많이 발생될 수 있다.

 

드라마는 픽션이다. 허구의 세계를 현실과 구분하는 것이 필요하다. <아내의 유혹>이 막장드라마라는 논란 속에서도 계속 작품(?)으로 만들어진다면, 시청자들이 더 똑똑해 질 수밖에 없다. 드라마상의 주인공이 모두 옳다는 시각도 다소 수정할 필요가 있다.

 

복수는 복수를 낳는다는 말이 있다. 은재의 복수에 당하고만 있는 나쁜 여자 애리. 그러나 애리에게도 변명의 여지는 충분히 있다. 은재의 복수 행위는 애리보다 법률적으로 오히려 문제가 될 소지가 더 많다고.

 

관련기사=<아내의 유혹>에 나타난 사건들, 법적으로 따져보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