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만나는 사람들을 마시는 음료수의 맛에 비대어 포도주 같은 분명한 맛의 색깔을 지닌 사람, 톡 쏘는 탄산수 같은, 달콤새콤한 오렌지 주스 같은, 구수한 숭늉 같은, 향기로운 친구 같은 커피를 닮은, 화끈한 김칫국물 맛을 닮은 사람들 등으로 다양하게 표현해보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내가 만난 우리학교 허지원보건선생님은 산행 중에 만난 깊은 산골 샘물처럼 청량하고 순수한 물을 닮은 분입니다. 갈증이 날 때 마시는 물, 만물의 근원이 되는 물, 세상에서 없어서는 안 될 가장 중요한 생명수와 같은 물말입니다.
선생님은 언제 어디서나 누구에게나 늘 한결같은 미소와 온화함으로 학생들과 교직원들의 몸의 상처와 병뿐만 아니라 마음의 결까지 쓰다듬어주고 어루만져주십니다. 특히 시설에서 생활하는 우리 친구들이 따뜻한 엄마 품이 그리울 때 부리는 꾀병까지도 품어주고 다정한 대화로 마음의 응달을 환하게 밝혀주십니다.
작은 상처에도 정성을 다해 치료해주며, 치과에서도 입을 벌리지 않는 친구들까지 구강검사를 척척 잘 해내도록 마법을 부리십니다. 심한 경기로 쓰러진 친구들이나 큰 상처로 많은 피를 흘리는 상황에서도 한 번도 당황하지 않고 담담히 치료를 하시는 모습을 뵐 때면 얼마 전 방송에서 본 ‘태양의 후예’ 드라마의 주인공을 떠올리게 됩니다.
등교하자마자 보건실을 들르는 유치원 꼬마친구부터 보건선생님보다 3배쯤 더 커 보이는 고등학교 친구들까지, 단골손님 맞이에 행복한 하루를 여는 선생님을 옆에서 지켜보면서 자신의 위치에서 가장 우직하게 최고의 역할을 해내시는 선생님을 언제부턴가 존경하고 사랑하게 되었습니다.
29년 경력에 누구나 하나 이상 있는 표창장도 마다하고 선생님은 언제나 그 자리에서 참 큰 사랑으로 본분을 다하는 분이십니다. 어느 날 오후에 체기가 있어 보건실에 들러 소화제를 원했더니 손수 담그신 매실효소를 주시며 하루 종일 학생들에게 시달려 피곤하실 텐데도 정성스럽게 어깨와 팔을 주물러주시면서 친정엄마처럼 손가락을 따주셔서 거북하던 속이 금세 편해졌던 일이 있었습니다.
그 때부터 학교생활이 힘들 때 마다 보건선생님의 목소리와 얼굴만 봐도 치료가 되는 것 같고 힘이 생겼습니다. 저만 이렇게 느끼는 것이 아니라 남양학교에서 생활하는 학생, 교직원 모두가 같은 마음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보건실 문을 두드리는 학생들의 밝은 표정에서, 아들 같은 공익요원들의 대화 속에서, 실무원선생님들과의 인사 속에서 저는 보건선생님이 남양에서 말없이 실천하신 사랑의 열매들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허지원 선생님은 보건실 업무로 일도 많은데 학교 행사 때마다 누구보다도 적극적으로 도움을 주십니다. 언제든지 아무런 대가 없이, 소리 없이 남양학교친구들과 교직원들의 손과 발이 되고 안식처가 되어주시는 선생님의 손은 그래서 늘 비어있는 하심의 손입니다.
선생님은 정말 부지런하시고 깔끔하십니다. 넓은 보건실을 손수 청소하시면서 약장과 보건실 비품들을 먼지 하나 없이 닦으시는 모습을 뵐 때마다 병이라도 나실 까봐 걱정이 될 때도 많았습니다. 그 성스러운 수고로움으로 언제 들러도 깨끗하게 정돈된 보건실은 우리 모두에게 카페 같은 편안한 공간이고, 집처럼 안온한 보금자리가 되었습니다.
허 선생님은 본교 외에도 인근 특수학교에서 4년간 근무하셨고, 이제는 특수교사보다도 장애를 가진 우리 학생들을 더 잘 이해하고, 언어표현이 되지 않는 친구들과도 눈빛으로 소통하게 되었습니다. 보건선생님은 우리학교 학생들이 가장 좋아하고 따르는 인기 최고의 선생님이십니다. 저는 선생님의 그 우직한 실천이 든든하고 한없이 자랑스럽습니다. 그리고 모든 물을 품어주는 하심의 바다와 같은 마음을 배우고 싶습니다. 그래서 다음 전근 학교에 꼭 함께 가겠노라 단단한 각오를 다져봅니다.
이 미담사례가 소개되면 선생님은 많이 부끄러워하고 당황하실 것 같습니다.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하는데 무슨 미담이냐고 분명 손사래 치실 것 같아 선생님 모르게 제출하게 되는 일이 발생하게 되었습니다. 남양의 나이팅게일 허지원선생님 사랑합니다. 그리고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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