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철 열성질환 급증, 성묘 때 위험한 벌레를 조심하라 며칠 전 벌초를 다녀온 손아무개(39)씨는 온몸에 붉은 반점이 난 것을 발견했다. 아프지 않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하루를 넘긴 손씨는 다음날부터 5일 동안의 그야말로 죽음의 사선을 넘나드는 경험을 해야 했다. 고열과 함께 온몸이 떨리는 증상이 동반되었고, 피부 발진, 결막 충혈, 마른기침, 오심(구역질)과 구토, 전신 쇠약감으로 급기야 병원 응급실을 찾아야 했기 때문. 손씨는 "예초기를 가지고 벌초를 했는데 날린 잡풀들이 몸에 닿으면서 감염된 것 같다"며 "초기 증상이 발견 되었을 때 병원을 찾지 않았던 것이 더 큰 화를 부른 것 같다"고 성묘 때의 감염조심을 당부했다. 경북 구미시 형곡동 강심내과의원 서영배 원장(의학박사)에 따르면 손씨의 경우 혈액 검사상 백혈구수치가 증가했으며, 혈소판은 심각하게 감소되었고, 소변검사를 해보니 단백뇨, 혈뇨, 백혈구 등이 많이 검출되었다고 말했다.
▲ 온몸에 붉은 피부발진이 일어나는 초기증상의 쯔쯔가무시병. 서영배 박사는 증상초기에 진료를 하는 것이 합병증을 막을 수 있다고 설명한다. ⓒ 전득렬
오른쪽 허벅지 뒤쪽 부위에 0.5cm 정도 크기의 검은색인 '가피(부스럼딱지의 일종)' 가 생긴 손씨는 다행스럽게도 혈액 검사상 혈청항체가 '양성'으로 나와 적절한 항생제 치료와 더불어 1주일 후 퇴원할 수 있었다. 이 환자의 병명은 '쯔쯔가무시병'으로 판정 났으며, '유행성 출혈열' '렙토스피라증'과 더불어 가을철 산행 시 발생하는 대표적인 '열성질환'으로 전년도에 비해 25%나 증가했다고 한다. 열성질환은 감기와 달리 두통 고열 동반 이들 열성질환은 환절기와 가을에 흔히 일어나는 감기와 유사한 증상을 보이기 때문에 단순감기 치료만 받았다가는 낭패를 보기 십상이다. 감기로 자가진단을 내리고 감기약을 사먹을 경우 폐렴, 뇌수막염, 패혈증, 심근염 등의 심각한 합병증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매우 조심해야 한다고 한다. 이들 질환은 과거 항생제가 없던 시절엔 사망률이 50%까지 도달했다고 한다. 지금은 적절한 항생제 처방과 치료로 사망률은 5% 내외로 떨어졌다. 또한 '쯔쯔가무시병'과 '유행성 출혈열' '렙토스피라증(감염성황달)'은 초기 증상이 모호해서 정확한 진단을 내리기 어려운 것이 특징이라고 한다. 질환별 특정 증상이 나타날 시기엔 이미 증상이 상당히 진행된 경우라 예후가 좋지 않고 치사율이 높아질 수도 있다. 따라서 증상을 조기에 발견하고 치료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감기는 콧물이 나고 목이 아픈 반면 이들 질환의 증상은 두통과 고열 동반된다는 것이 감기와 다른 점이라고 할 수 있다. 세포 내에 기생하는 위험한 벌레 쯔쯔가무시 '쯔쯔가무시병'은 세포 내 기생하는 세균의 일종이다. 일본말인 '쯔쯔가무시'를 번역하면 '위험한 벌레'라는 뜻. 세포외에서는 증식을 못하는 '쯔쯔가무시'는 야생 설취류(들쥐 등)에 공생하는 털 진드기에서 기생하며, 이들 털 진드기는 알 유충 번데기 성충의 4단계를 걸쳐 성장한다고 한다. 유충이 번데기로 되기 위해서는 반드시 동물의 조직액(체액)을 필요로 하는데 대부분 산짐승이나 동물의 체액(혈액) 빨아 먹는다. 하지만 우연히 사람을 물게 되면 '쯔쯔가무시'가 '혈관'으로 들어와 '혈관내피세포'에 증식하면서 '혈관염'을 일으키고, 심각한 합병증까지 야기하게 되는 것이다. '쯔쯔가무시병'은 감염 후 보통 6~18일 정도의 잠복기를 거친 후 '급성'으로 발병하여 두통 발열 오한 피부발진 근육통 등이 나타난다. 또 1cm 정도 크기의 피부반점이 생겨서 수일만에 '상처(가피)'를 형성한다. 이를 방치할 경우 기관지염 폐렴 뇌수막염 심근염 등으로 이어져 30%가 사망으로 이어진다고 한다. 미세한 상처를 통해 감염되는 렙토스피라
'렙토스피라증'은 '감염성 황달'이라고도 하는데 '렙토스피라'라고 하는 세균이 들쥐 족제비 개 여우 등 동물의 소변으로 배출된다. 이들 배출물이 물과 토양을 경유해 피부의 미세한 상처를 통해 감염되는 것이다.
증상은 쯔쯔가무시와 유사하지만 황달이 나타날 경우는 치명적인 결과를 가져온다. 렙토스피라균은 점막이나 손상된 피부를 통해 몸에 침입하며 혈액을 통해 전신의 여러 장기에 퍼지면서 심각한 '혈관염'을 야기하는데 치료시기를 놓치면 사망할 수도 있어 조기진단이 매우 중요한 질병이다. 때문에 벌초나 성묘 시 풀잎이나 나뭇가지에 의해 몸에 상처가 나면 즉시 약을 바르고 붕대를 감는 응급처치를 해야 한다. 또 벌초 후 오염된 물에 손발을 씻거나, 묘지 근처에 널려 있는 동물의 배설물 등을 밟거나 닿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특히 산 속 아무 곳에서나 용변을 보지 말고 급한 경우에는 반드시 신문지 등을 깔고 용변을 보는 것이 중요하다. 들쥐 등 배설물을 통해 감염되는 유행성 출혈열 '유행성 출혈열'은 2종 법정전염병으로 주요감염원의 70%가 들쥐다. 도시의 시궁쥐, 곰쥐 등에도 원인 바이러스를 가지고 있다. 이들 쥐의 배설물과 타액 그리고 분비물에는 다량의 바이러스가 함유되어 있다. 벌초나 성묘 때 쥐의 배설물이 섞인 미세먼지가 사람의 호흡기를 통해 들어오면 전염되고, 쥐에게 물려도 감염된다. 처음엔 고열이 나고 두통, 복통, 무력감 등을 보이다가 저혈압이나 쇼크가 발생하기도 한다. 이어 콩팥이 제 기능을 못해 소변이 극도로 감소하다가 다시 회복기에 이르는 경과를 밟는다. 질병의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출혈 경향이 보이며, 방치할 경우엔 심각한 상태로 발전한다. 때문에 성묘 후 남은 음식을 묘지 위에 그대로 두고 오거나 무덤 주위에 던져두고 오면 들쥐 등이 먹게 되고 그 배설물이 남게 된다. 이후 다시 명절에 벌초나 성묘를 하게 되면 그 배설물이 호흡기를 통해 감염될 확률이 높기 때문에 음식물을 반드시 되가져오는 지혜가 필요하다. 성묘 다녀 온 후 반드시 속옷까지 세탁해야 이들 질환은 감염경로와 초기증상 잠복기 등이 서로 비슷해 구별이 쉽지 않다고 한다. 특히 벌초나 성묘 추수 등 야외활동이 많은 10월과 11월에 90%가 집중적으로 발병한다고 한다. 이들 질병은 예방만이 최선의 방법이다. 벌초나 성묘 때에는 소매가 긴 옷을 입어 피부 노출을 최소화시키고 잔디 위에 눕거나 잠을 자는 것도 피해야 한다. 또 성묘를 다녀 온 후 '감기몸살'같은 증상이 지속되면 자가진단을 내려 임의로 약을 복용하지 말고 반드시 내과전문의의 진료를 받는 것이 좋다. 벌초나 성묘를 다녀 온 후에는 입었던 옷은 속옷까지 반드시 세탁을 하고 자동차 안의 실내 청소를 하는 것도 중요한 예방법의 하나다. 특히 성묫길은 면역력이 약한 어린이와 온 가족이 함께 가는 길인만큼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054)452-2882 도움말 구미 강심내과의원 서영배 원장(의학박사) 글 사진 전득렬 기자 papercup@naver.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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